누군가의 “정원”을 읽는다
서점에 가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말처럼, 항상 정원 또는 가드닝에 관한 코너를 한 번 찾아본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종종 “정원” 또는 “가드닝”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본다. 생각보다 많은 가드닝 관련 책이 있다는 데에 놀란다.
최근에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캐럴라인 줍의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오기노 도시야의 [아름다운 정원 조경 레시피 85]. 이 세 권을 샀다. 아직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우선 앞뒤로 뒤적뒤적 그림이랑 사진을 살펴본다. 세 권 다 너무 마음에 든다.
헤르민 헤세의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은 에세이다.
일단 제목과 표지만으로 이 책을 산 목적은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속에 담겨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앞부분을 조금만 읽어보았는데, 그림이나 사진은 전혀 없지만, 마치 정원이나 정원을 돌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그림 보듯이 보는 듯하다. 헤르만 헤세의 묘사력은 정말 탁월하다.
정원 가꾸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점에서 나와 헤르만 헤세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겠다. 헤세는 내가 표현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감정과 기분을 표현했겠지.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은 버지니아 울프가 직접 쓴 책인가 했다.
페미니즘에 경도되었던 대학 시절 한 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십 수년 전 읽었던 그 책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영국 여류작가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사진첩이자 그림책이다. 글을 읽지 않고 펼쳐서 뒤적이기만 해도 신이 난다. 버지니아 울프가 거주하던 집과 정원, 버지니아 울프의 사진, 아름다운 꽃과 나무의 사진이 풍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정원의 배치도이다. 정원의 배치도는 실용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정원을 이해할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이 책의 정원 배치도는 무려 자수로 만든 것이다. 누군가 한 땀 한 땀 조각 천을 이어 자수를 놓으며 배치도로 만들었을 모습을 상상해보게 된다.
차근차근 다 읽고 봐야지. 회사에서 책임 맡은 업무를 하다 보면 집에 가서 얼른 씻고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국가의 정책과 그 정책이 어떤 문제점에 의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가 나왔다는 둥 나라는 개인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 업무를 하루 종일 해나간다. 그러다 보면 두 시간만 있으면, 한 시간만 있으면, 얼른 가서 오늘은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을, 또 다음 날의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일상을 견디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내 정원에서 책만 읽고 사는.
아직은 완전히 꿈이고 이상일뿐이다. 내게는 아직 땅도 없고, 땅을 살만한 돈도 없고, 심지어 어느 지역에 어떤 땅을 살지 구체적인 고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게 아직 내 땅이 주어지지 않은 건, 내가 아직 가드너로 거듭날 준비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대신 나는 계속 상상하고, 계속 염원한다. 꿈이 이상으로 끝나 버리지 않도록 계속 꿈을 꾼다. 바로 가드너가 될 준비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