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월이다. 1월은 또 한 해가 시작되는 첫 달이고, 사람들은 1월에 작년에 대해 정리를 하기도, 새해의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1년짜리 새해 결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1년은 계획하기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다. 대신 꼭 작년을 정리한다. 작년에 썼던 글을 돌아보면 작년에 있었던 일, 했던 생각들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작년에 샀던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정말 1월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작년을 돌아보는 건 조금 늦어도 - 물론 조금 늦는다는 것이, 1월에 못하면 영영 안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 된다.
하지만 1월에는 3월, 곧 다가올 봄을 생각하고, 봄을 준비해야 한다.
가드너에게 제일 중요한 건 봄.
봄만큼 중요한 것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겨울. 봄에 심을 채소 씨앗을 준비한다. 씨앗을 준비하지 않으면 모종을 구매해야 되지만, 씨앗이 발아하는 기쁨은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우선 보관 중인 씨앗들을 살펴본다. 씨앗들이 꽤 많다. 올해도 쓸 수 있는 씨앗이라면 새로 살 필요가 없고 더 심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미리 사두어야지.
작년에 심고 남은 채소 씨앗들은 시금치, 쑥갓, 청치마 상추, 부추, 깻잎이 있고, 꽃씨들은 수레국화, 나팔꽃만 남았다. 그런데 작년에 심어본 깻잎은 거의 발아되지 않았다. 원래 심으면 싹이 잘 나는 편인데 아직 깻잎 씨앗이 남았지만, 아마 심으려면 새로 사야 할 것 같다.
깻잎, 부추, 시금치, 쑥갓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채소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마트에서 구입하는 채소는 참 난감하다. 하나를 집어 오면 한 번에 다 먹을 수가 없고, 한 번에 다 먹지 않으면 결국 일부는 버린다. 하지만 키워 먹으면? 필요한 만큼 조금씩 따서 먹을 수 있고 버릴 일도 전혀 없다.
얼마 전에도 저 섬초 시금치 씨앗으로 이 만큼이나 수확을 했다. 혼자 먹기 딱 적당한 분량이다. 시금치는 발아도 잘 되고, 키우기도 쉽다. 마트에 파는 것보다 덜 자란 상태에서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금치에도 내 취향이 반영된다. 완전 베이비시금치다. 미국 유학 가서 첨에 제일 신기했던 게 이 베이비 시금치였다. 미국 마트에는 샐러드용 베이비 시금치가 따로 판다.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씨앗 쇼핑을 해야겠다. 올해는 열매채소에도 도전해볼까 한다. 열매채소로는 토마토밖에 키워보지 않았는데, 당근이나 고구마, 옥수수를 심어볼까? 옥수수는 키가 커서 키우기 어렵겠지? 당근은 씨앗을 사야 할거고, 고구마는 마트에서 사와서 싹이 틀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가 싹이 나면 심으면 되는 것 같은데, 기대가 된다. 재미있겠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종이로 된 계란판이나 우유팩을 모아야 한다. 계란판에 약간씩 흙을 담고 씨앗을 파종하면 딱 알맞다. 일회용 계란판을 일회용으로 버리지 않고 뭔가 생산적인 과정에 기여하게 한다는 점에서 조금의 뿌듯함도 누리게 된다. 우유팩도 그렇다. 우유만 마시고 버리기에는 우유팩이 너무 튼튼해서 나는 자주 화분으로 사용한다.
특히 다년생 화초가 아니라 채소를 키울 때는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이나 과일팩 등을 활용해도 좋다. 어차피 버릴 재활용품이지만 한 두 계절 채소를 키워 먹기에는 내구성이 손색없다.
가드너에게는 1월이 제법 바쁘다. 씨앗을 주문하고 파종할 흙과 그릇을 준비하고, 2월쯤 파종을 해서 모종 정도로 키워 3월에 옮겨심기를 할 때까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