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도 못 할 만큼 지대하다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다.
몇 줄의 기사 내용만으로 사건 속 아버지와 아들의 생각과 감정의 깊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포기해야겠지만, 이 사건은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어느 희곡에서
타인은 지옥이라 했다.
타인이라는 존재는 그가 누구든 나 자신의 존재를 침범할 수 있으니 지옥이고, 내가 나답게 살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으니 지옥이다.
부모라는 존재는 어린아이에게 절대적이다.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사람이며, 정신적인 의존과 안식의 보루이다.
아무리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부모라도 아이는 얼른 부모를 신고하거나 부모와 떨어져 살겠다고 선뜻 말하지 못한다. 부모란 아이에게 생의 동아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폭력과 학대를 참으면서도 부모와의 분리를 원하는 않는 심리는, 폭력과 학대보다는 생존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 권력자라는 걸 감안하면, 그 타인이 부모였을 때 자식이 겪을 지옥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부모라는 존재를
자식은 전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택하지도 않았지만 벗어날 수도 없는 굴레.
죽음으로써만 끊을 수 있는 천륜.
극단적인 선택으로 부모가 만들어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