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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r 01. 2022

겨울아, 벌써 가냐고.

춥다고 춥다고. 너무 춥다고. 겨울 언제 끝나냐고. 언제 끝나냐고. 내동 그랬는데.


오늘 산책을 나가 보니 겨울이 가고 있었다.


무채색 가득한 숲에 어디서 겨울이 가는 것이 찾아지냐고 물을 지도 모르지만, “저기요. 저기 있어요.” 내 눈에는 보인다. 스산하기만 하던 겨울나무 끝, 아주 끄트머리에 옅고 여린 새싹의 기운. 분명 겨울이 가고 있다.


연녹색도 아니고, 연두도 아직 아니고, 약간 연두가 되려고 하는 옅은 노랑이랄까. “그림을 그립시다” 밥 로스 아저씨였다면, 저 회색 나뭇가지 끝트머리 옅은 노랑들을 뭘로 칠했을까?


우리나라 사계절을 생각하면 3-4개월에  번은 ‘넘어가는 시간 올 테지만, 나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시기가 가장 좋다. 가는 겨울이 가끔 다시 몰려올 때도 있지만, 분명히 가고 있다. 그러는 동시에 오는 봄이 느릿느릿 겨울에 힘이 밀릴 때도 있지만, 분명히 오고 있더라.


어릴 때부터 이 시기에 옷을 얕게 입고 산책을 다니다가 코를 줄줄 흘리고 다녔다. 봄이 올랑 말랑 한데, 아직 기온은 10도 언저리인데도… 겨울 외투를 벗어두고 산책을 나갔다가 코를 훌쩍거리면서 돌아온다.


나는 어딘가로 넘어가는 시간을 좋아한다. 변화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시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디 한 군데 가만있거나 멈춰 서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지나가고 흘러가고 넘어가는” 그 사실 자체가 좋다.


산책을 다녀오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가볍다. 봄과 함께 작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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