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조명” 기사들의 홍수
포털 사이트 연예면에는 잊을만하면 “과거사 재조명”, “과거의 오늘 무슨 일이?” 등의 제목을 단 인터넷 기사들이 올라온다. 폭행, 음주운전 등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고, 누가 누구와 사귀다 과거의 오늘 결별 선언했다거나 이혼, 재혼 등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
“흥. 누가 물어봤냐?
알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걸 클릭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런 기사를 쓰겠지. 이것만 보아도 기사 목적이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라는 게 명확하다.
모든 일에 양면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음을 안다. 클릭만 하면 광고 팝업창이 먼저 파바박 뜨기도 하고, 덕지덕지 붙은 민망한 광고 배너들 사이에서 진짜 기사 내용은 한참을 골라 읽어야 될 정도이다.
몇 번 클릭 또는 몇 번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광고수익이 달라진다고 하니, 이런 인터넷 기사를 쓰는 사람의 입장이나 그가 속한 회사의 이익이나 필요 등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도저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다른 쪽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요즈음 인터넷 기사 중에는, 기사 쓰는 사람보다 댓글 쓰는 사람의 수준이 높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연예 기사에 댓글 작성을 금지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사에는 “그만 좀 해라” “관심 없다” “그냥 좀 내버려 둬라” 같은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많아지면 법돌이라는 정체성에 따라 법부터 찾아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몇 개의 법률에서
“잊힐 권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게 개인정보를 정정 또는 삭제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공개된 정보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는 그 정보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삭제가 필요가 것이 불법 촬영물이라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실제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 장의사”라는 곳에서 하는 불법 촬영물 삭제를 공공기관에서 해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도대체 삭제는
누구에게 어떻게
요청해야 된다는 말일까?
“삭제”대상이 되는지 구체적인 요건이 있고, 세부적인 절차가 있다. 법에 규정이 있기는 한데 내가 봐도 참 어렵다. 게다가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어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자동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자녀를 낳고 잘 살고 있어도 잊힐만하면 기사가 나오고, 그 누군가의 어린 자녀들은 몰라도 될 것을 알게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 없어.”라고 끊임없는 자기 위로를 하며 화병으로 앓아누울지도 모른다. 더구나 내가 겪는 고통이 단순히 인터넷 기사의 광고수익을 위해 소비된다는 실체를 생각한다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다.
법돌이의 마음에서 법학을 사랑하지만 삶에서의 법은 참 답답하고 불완전하다. 대부분은 현실에 너무 동떨어져 있고, 어떤 때는 현실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주도적이다.
광고와 기사 사이의 고리를 끊는 문화와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소비 대상이 되는 우리도 “과거사 재조명” 이런 류의 기사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지 않을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