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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pr 18. 2022

사회생활의 진면목

낮에 사무실에 누군가 손님이 찾아와 떡 세트를 주고 갔다. 먹는 음식이 상하면 안 된다, 손님의 성의를 무시하면 안된다 등등 이 음식을 처치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고 합당하지만, 누가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그 떡은 공평하게 처치된다. 먹기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일단 처치하는 거다. 공평하게.


게다가 기꺼이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덕지덕지 붙은 채 처치된다. 나는 그 인사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능수능란의 사교인의 표정 아래로 뒤틀리는 내장들이 꿈틀거린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내가 원치 않는 무언가가 내게 할당되었을 때 그 처치하기 곤란함이란! 그 자리에서 다 먹기 곤란할 때는 고이 싸매서 집까지 들고 와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힐지언정 절대 회사 휴지통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공손하고 감사하게 처치하는 것이 프로다운 태도이다.


이쯤 되면 모름지기 사회생활이란, “원하지도 않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떠 앉는 태도” 그런 것 아닐까? 과히 그렇다면 나도 이제 사회생활 만랩이다.


곧이곧대로 솔직하기만 하던 내가 이렇게까지? 이런 내가 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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