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에이미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적 있어 연락처를 알고 있던 준에게 약 한 달 동안 카카오톡, 문자, 전화를 100여 회 정도 보냈습니다. 다른 동료로부터 자기 험담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화가 나 분풀이를 했다는 겁니다.
스토킹범죄에 해당할까요?
우선 에이미가 준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통화 녹음 등을 살펴봅니다.
준의 말대로 1달 정도 기간 동안 매일은 아니지만 며칠에 한 번씩 100여 회 정도 카톡 또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화는 간헐적으로 10여 회 정도 확인됩니다.
거의 모든 경우에 에이미가 먼저 정도가 심한 욕설, 모욕적 표현이 섞인 말을 카톡이나 메시지로 보냈고, 전화도 에이미가 먼저 한 경우만 있습니다.
그런데 준도 에이미의 과격한 표현에 응수해서 약간의 모욕적 표현을 하거나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냐'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적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대화를 한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준이 에이미에게 “나한테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거절하는 말을 확실하게 한 적은 없습니다.
아, 물론 “나한테 연락해도 됩니다.”라고 허락하는 말을 한 적도 없지요.
이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과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연락한 것인가? 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 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위 규정을 잘 읽어 봅니다.
스토킹범죄에 해당하려면, 반복적인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문자, 카톡, 전화 등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야 합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는
무슨 의미일까요?
“피해자의 명시적인 거절 표시가 있는 경우”(=명시적 거절)로 좁게 봐야 할까요?
아니면 “피해자의 명시적인 허락 표시가 없는 경우”(=묵시적 거절)도 포함해야 할까요?
하지만 “나한테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명시적인 거절은 하지 않았다고 해서 스토킹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연락의 횟수나 정도, 피해자가 뭐라 응답했는지 등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묵시적 거절에 해당될지 판단해야겠지요.
이 사건에서도 준이 에이미에게 “나한테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명시적 거절을 한 적 없고, 준이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라는 취지로 응수했더라도, 심지어 서로 대화한 듯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과정이 있었더라도, 주로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피해자가 먼저 연락한 적 있는지, 연락의 횟수나 정도, 연락의 내용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에이미는 준이 에이미로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수신차단해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수차례 번호를 바꿔가며 연락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준의 묵시적 거절이 있었다고 보아 스토킹범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다가 누군가 원치 않는 연락을 해올 때 그냥 전화번호 차단만 하고 말면 안 됩니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묵시적 거절이 있었는지 여부도, 그래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도 판단할 필요도 없이 명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