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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3)]저는 공익을 위해 진실을 얘기했어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by 평범한지혜
사내 게시판: "A씨가 회삿돈을 횡령했어요!"


사내 게시판에 "A씨가 회삿돈을 횡령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회사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조사한 결과 회삿돈을 횡령한 범인은 A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A씨는 황당합니다.


우리는 A씨를 대리하여, 게시판 글을 쓴 B씨를 찾아내어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B씨의 변명: 나는 횡령범이 A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B씨의 변명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이른바 '철석같이' 항변이지요.

자신은 철석같이 그렇게 믿었다고 말합니다. B씨는 공익을 위하여 게시판을 글을 남긴 것이고 자신은 당시에 회삿돈을 횡령한 사람이 다름 아닌 A씨라고 '철석같이' 믿었다는 겁니다.


B씨의 변명에 따르면, A씨는 매달 거래처에 1,000만 원씩 입금을 해주고 있는데 지난여름 3개월 동안에는 그 거래처에 2,000만 원씩 입금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 거래처의 해당 부서에 알아보니 거래금액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더 의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기준: B씨는 과연 철저하게 조사하였는가?


법원은 이런 사건에 확립된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이른바 '철저하게' 기준이지요.

B씨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을 때 과연 '철저하게' 조사를 하였는지를 살펴봅니다.

법원이 보기에 B씨가 그렇게 잘못 믿을 때 철저하게 조사하고도 그렇게 믿었다면, 공익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니 처벌할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B씨가 대충 '경솔하게' 조사하고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였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물론 이때에도 진실한 사실을 얘기하여 명예훼손을 한 정도로만 처벌을 합니다).


법원이 살펴보니, A씨가 여름 3개월 동안 그 거래처에 2,000만 원씩 입금한 이유는 그 거래처의 해당 부서가 아니라 그 거래처의 다른 부서와 긴급하게 별도의 거래를 추가적으로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B씨가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으므로 명예훼손을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B씨의 범죄행위(횡령) 언급은 어마어마하게 중대한 발언입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은 사람의 평판을 일거에 영원히 훼손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마아마하게 중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겠다면 여기에 걸맞은 조사를 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B씨는 정작 A씨에 본인에게 조차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같은 회사 동료이어서 직접 물어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자기가 나름대로 조사한 것만을 무턱대고 믿고 게시판에 올린 것은 결코 철저하게 조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매우 경솔한 처사입니다.


B씨가 철석같이 믿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변명이 아닙니다.


판결은 어떻게 나올까요?


법원의 판결: B씨는 A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헌데 말입니다. 이런 일은 너무너무너무 비일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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