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1호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었어요.
작년 이맘때 일산의 어느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이었습니다.
100kg 가까운 중량의 자재를 위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40대 현장근로자 한 분이 6층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검찰과 피고인측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 그대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아마 양형에 있어 양측 모두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판결 내용은 이렇습니다.
건설공사 도급업자(원청)의 대표이사/ 징역 1년 6월에 3년간 집행유예.
원청의 현장소장/징역 8월에 2년간 집행유예.
원청의 현장안전관리자/벌금 500만원.
원청업체/벌금 3,000만원.
공사수급업자(하청)의 현장소장/징역 8월에 2년간 집행유예.
하청업체/벌금 1,000만원.
이번 재판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원청인 건축회사(도급인)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되기 전까지는 원청의 경영상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형사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예요.
건설현장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통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형사책임을 묻게 됩니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고, 현장에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경우에는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점이 있어야 하는데, 사무실에 앉아 경영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로서는 현장에서의 일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경영상 책임이 있는 사람은 형사처벌되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산업재해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이며,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점에 대해 사업주에게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대표이사가 감옥가기 싫으면 안전사고 예방조치를 철저히 하지 않겠냐는 취지입니다. 형사처벌의 위하력이 그만큼 크지요. 행정상 제재로 영업정지 혹은 금전상 책임을 지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형사처벌까지 묻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해 여전히 논란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의 행위가 기여해야 하는데, 공사현장에서의 주의의무를 사무실에 앉아 경영을 하는 대표에게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대표이사에게 공사현장에서의 주의의무를 다하라는 것이 인과관계 판단에서 너무 거리가 멀지 않냐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사현장에서 직접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대표이사에게 주의의무위반의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법률이 위헌이 아닌지에 대해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재판 당사자의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서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야 하는데, 아직 헌법재판은 착수도 못했다고 하지요.
한편, 대표이사에 대해 왜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는지,
양형이 가볍다는 의견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양형은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법원은,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 사이에 만연한 안전난간 임의 철거 등 관행도 사고 원인의 하나였던 점에서 사고 책임을 모두 피고인들에게만 돌리는 건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게다가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일정한 보상을 받고 처벌을 원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유는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하는 사유가 됩니다.
다만 대표이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집행이 유예된 형까지 실형이 집행되는 처지에 놓일 위험에 있습니다. 감옥에 가기 싫으면 싫을수록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는데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지요.
이제 단지 1호 사건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니 앞으로의 양형이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겠지만, 위헌 여부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