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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28. 2023

인간이 과연 존엄한가

인간 존엄.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말입니다. 요즘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주장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재의 인간이 얼마나 존엄하게 존재하는지에 관해서는 당연하다고까지 말할 자신이 없지만, 이 주장 자체에 관해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헌법재판소의 기본권에 관한 판결에서도 자주 근거로 언급됩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럼에도 저는 인간 존엄을 “주장”이라 표현하고 있죠. 주장은 어느 한 쪽의 입장이나 의견을 말하는 거니까요.

소송에서도 그렇습니다. 일방의 주장은 언제나 상대방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지요.

그런데 인류의 사상사에서도 인간이 존엄하다는 주장은 아주 오래전에 유행이 한참 지난, 이미 논의가 끝난 주장입니다.

그러니 인간이 존엄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에 대해 감히  '주장'이라고 표현한 것이 다소 무례해 보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왜 존엄한가요?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인간이 존엄할 논리적인 이유나 관념적인 이유가 있나요?

어떤 사람은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인간은 존엄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왜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왜,  존엄한가요?

어떤 사람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대답도 같은 질문을 다시 하게 합니다.


왜 인간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존엄한가요?

인간이 존엄하다고 말하려면, 인간이라는 종(종)에 개미, 말, 물고기 등 다른 종에 비해 어떤 숭고한 것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거 싫어하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말꼬리를 자꾸 잡아서. 이히잉~)


인간이라는 종에 과연 어떤 숭고한 것이 깃들어 있는가요?

잠깐, 숭고한 것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단지 인간적인 생각은 아닐까요? 개미, 말, 물고기 이들은 이처럼 '인간적인' 숭고한 것이라는 ‘인간적인’ 기준에 동의할까요?



인간이라는 종이 존엄할 논리적인, 관념적인 이유는
특별히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은 숭고한 것과는 반대로, 매우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 본인이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끼리 인간이 존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자신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를 그토록 중요하고 존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간 이외의 종의 관점에서 한 번 보자구요. 이 생각은 매우 이기적인 주장일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이기적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이기적인 입장에서 나온 생각이지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매우 권력적인 현상입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이 이 지구상에서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해서 관철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다른 종 사이의 투쟁은 인간 종이 최종 승리하는 것으로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인간이, 만일 인간이 개미, 말, 물고기와 함께 위기에 처해 있고 그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이 지구에서는 이제 인간을 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개미, 말, 물고기가 설령 자기들끼리는 자신들이 존엄하다고 믿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한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만 관철됩니다.     


하늘소가 지구를 지배한다면? 하늘소가 인간을 지배한다면?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모든 인간이 존엄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배계급과 노예계급이 나누어 있을 때 지배계급의 인간만이 존엄하였습니다.

무엇이 존엄하다는 것은 이기적이며 권력적인 사상이므로 지배계급이 이기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만 존엄하다고 하면서 이 관념을 노예계급에 대해 권력적으로 관철시켰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더 이상 지배계급이 노예계급을 철저히 지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자, 인간이라는 종 전체에 대하여 인간은 존엄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존엄할 논리적인 이유나 관념적인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매우 이기적인 입장에서 중요하고 존엄한 것으로 보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지구를 지배하기 때문에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을 권력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지배계급과 노예계급으로 뚜렷하게 나누어지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여서 비로소 인간 모두가 이런 이기적인 입장과 권력적인 현상을 함께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명제는,
어떤 숭고한 것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지만,
매우 이기적인 주장이며 단지 권력적인 현상입니다.


인간의 세상에 숭고한 것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많은 경우 잘 살펴보면 이기적인 주장이며 권력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인간은 본래 존엄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이기적인 주장과 권력적인 현상이 있는데, 다행히 장수하늘소가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이러한 생각에 가담하여 이기적인 주장과 권력적인 현상을 함께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겠군요.



당신은 이 꽃보다 예쁜가(존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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