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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28. 2023

법정구속도 구속인가요?

얼마 전 법원 주차장에서 웃지 못할 플랭카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법원 주차관리인의 웃픈 외침



법정구속 될지 말지 조마조마하는 마음의 손님이 주차를 할 때 저 플랭카드를 보면 어떤 심정일지? 

주차장 사무실에 차 열쇠와 차 인수할 분 연락처를 적어두는 그 순간의 심정은 어떠할지요?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법정에 출석하여 자신의 죄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가질수는 있겠지요. 


구속이라는 누군가 인생의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도 현실적인 주차비를 걱정해주는 관리인의 한 마디가 어딘가 웃프기도 하지만, 변호사 입장에서 내 의뢰인이 법정구속되는 건, 참 씁쓸한 일이라 도저히 웃지 못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법원 주차장 관리인 입장에서 주인 잃은 차들로 주차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도 참 속상한 일이라 또 역시 웃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법원 주차장은 늘 그렇게나 차 댈 곳이 없었을까요?)



법정구속도 구속인가요?

정답, 


법정구속도 구속입니다. 

법원에 의한 구속입니다.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 아닙니다. 



보통 많이들 아시는 구속은 수사단계에서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구속되는 것입니다. 

법원 주차장 관리인이 말씀하시는 법정구속은 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때 그 형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주거가 불분명하거나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구속을 시키는 것입니다. 



2021년에 법정구속에 관한 대법원 예규
  ‘인신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가
24년만에 개정되었어요. 


개정 이전에는 법원에서 실형 선고되는 경우 법정구속이 거의 원칙적인 것이었습니다. 


“구속 필요성 인정되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 법정에서 구속한다고 규정되어 있던 대법원 예규 조항 제57조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에서 구속하지 않고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개정했습니다.   


개정으로 원칙과 예외가 바뀌었습니다. 실형 선고되는 경우라도 법정구속시키지 않고, 주거 부정,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구속 시키는 것입니다. 규정이 바뀌기는 했지만, 뉘앙스만 살짝 바뀐 정도입니다. 


그래서 현재도 실무를 보면, 예규를 개정하였다고 해서 실형 선고 시 전혀 구속을 안 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보다는 법정구속이 줄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판단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있겠지요. 규정을 적용하던 사람의 관념과 인식을 단번에 바꿀 수 없는 분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규정이 바뀌기 전부터 쭉 그 결정을 해온 판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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