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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Jul 25. 2023

남성만 징병하는 제도는 성차별일까? 여성에 대한?

2019년 2월, 미국 텍사스주 남부 연방법원에서 전시를 대비하여 남성만 징병하는 제도는 위헌임을 선언했습니다.


美법원 "남성만 징병은 위헌…여성도 전투할 수 있어"뉴스내용미군 병사들 <자료사진> © AFP=뉴스1(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미국은 1973년에 징병제를 폐지한 이후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전시를 대비해서 만 18세에 도달한 미국 남성들은 의무 징병 등록제(Selective Service Registation; SSS)에 등록할 의무가 있어요. 등록하지 않으면 학자금 대출, 취업 교육, 공직 진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 상황이 벌어지면 이들은 실제로 징병될 수 있지요. 여성들은 징병되지 않지만요.  


1981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은 전투원 역할에 부적합하므로 남성만의 징병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었지만, 2019년 미국의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이에 배치되는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더 이상 전투원이 획일적으로 체력을 요구하는 역할이 아니며, 의회는 여성도 신체적으로 군에 잘 복무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행정부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법을 고치라는 명령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여성이 미국 의무징병등록제(Selective Service Registation; SSS)에 등록할 의무는 없습니다. 실제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법을 고치라고 명령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판결만으로도 선언적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같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법원이 단지 판시하는 것 만으로도 법이 창설되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요.



한국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징병의 대상은 20세 이상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입니다.
대한민국의 여성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병역의 의무와 국방의 의무는 다른 것이거든요. 병역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병역법도 대한민국 국민 중 남성에 대해서만 징병에 의한 병역의무를 명시하고 있지요.


병역법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②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병역의무에 대한 특례(特例)를 규정할 수 없다.
③ 제1항에 따른 병역의무 및 지원은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병역의무자로서 사형, 무기 또는 6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刑)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역에 복무할 수 없으며 병적(兵籍)에서 제적된다.



병역법은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병역의무를 구체화하는 법이지요. 병역법에서는 남성에 한해서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대한민국 국민 중 여성은 국방의 의무를 병역을 이행하는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지게 한 병역법 규정은 평등 원칙을 침해하지는 않을까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성별에 근거한 차별은 아닐까요?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남성만 병역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관해 뭐라고 했을까요?


2010년에 헌법재판소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합헌이라 판결을 했습니다.


그것도 재판관 9인의 만장일치 결정이었지요.

헌법재판소 판결의 구체적인 이유를 한 번 볼까요?


집단으로서의 남자는 집단으로서의 여자에 비하여 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에 기초한 전투적합성을 객관화하여 비교하는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자의 경우에도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신체적 특성상 병력 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큰 점 등에 비추어 남자만을 징병검사의 대상이 되는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 보기 어렵다.
한편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등은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병력 동원이나 근로소집의 대상이 되는바, 평시에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병력 자원으로서 일정한 신체적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보충역 등 복무의무를 여자에게 부과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별을 기준으로 병역의무자의 범위를 정한 것은 자의 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10. 11. 25. 자 2006현마 328 전원 합의체 결정



남성만 병역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차별이지만,
신체적 능력 차이라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므로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판결 문구를 보면, 집단으로서의 남자와 집단으로서의 여자의 신체능력을 비교하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헌법재판관들은 의미를 알고 쓰신 걸까요? 저로써는 조금 알쏭달쏭합니다. 아마도 추측컨대, 개인으로서의 남자보다 개인으로서의 여자는 신체능력이 우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집단으로서의 남자보다 집단으로서의 여자는 신체능력이 열등하다는 의미겠지요? 일반적으로 하는 말을 그럴 듯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과 병역 의무에는 일정한 정도의 신체적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고, 이 점을 이유로 남성만 병역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당연한 전제가 과연 정말 당연할까요?
이 전제부터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혹은 다른 측면에서 잘못된 판단이 아닐까요?


© scottwebb, 출처 Unsplash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능력에 차이가 있다면, 그리고 여성이 병역의무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정도의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면 왜 직업군인인 여성은 존재할까요?

국방부는 실제로 비전투 분야 뿐만 아니라 전투 분야에서도 여군의 근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체적 능력의 부족은 같은 성별의 남성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성 중에서도 신체 등급을 나누어 현역 입대를 허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구분하고 있지요. 남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우수한 여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도 얼마든지 신체 등급을 나누어 현역 복무 여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체적 능력의 부족은 발달된 기술로 보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 요즘은 병력 자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70만 대군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50만 대군도 안된다고 하지요. 기술로 병력 자원의 부족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은 어차피 오고 있어요.


네, 물론 그렇다고 여성 징병제를 당장 도입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2023년 현재의 기준으로 보니, 10여년도 더 지난 2010년의 헌법재판소 판결은 어쩐지 여성이라는 집단 전체를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에 부적합하다 혹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그래서 오히려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듯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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