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이 무엇일까요? 백성 민이라는 한자가 붙어 있지요. 민법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일반 사람 사이의 문제에 관한 법으로 받아들여서 마치 형법에 반대되는 법 정도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법학계에서는 민법을 두고 모든 법의 기본법이라 합니다. 민법은 인간의 모든 문제를 나름의 기준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지만, 민법은 국가의 관점을 벗어나 인간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는 법입니다.
우리 민법은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법, 가족법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걸 책에서는 민법의 체계라고 말하지요. 어떤 기준으로 나누었을까요?
우선 세상 한 가운데 내가 서 있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내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네요. 저 멀리 들도 보이고 산도 보입니다. 옆을 보니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 어린이, 잘생긴 사람들, 험상궂은 사람들. 여러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물건이나 들과 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여기서 살아가야 합니다.
제일 먼저,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책이 보입니다.
나와 책은 어떤 관계일까요?
다소 철학적인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우리가 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없다거나 이런 얘기를 할 겁니다(답을 하고 넘어가자면, 대강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당신은 책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소유란 무엇일까요?
민법은 이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책(동산) 말고 산(부동산)도 있습니다. 나와 산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할까요?
이렇게 나와 물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물권법이라고 합니다. 물권법은 물건에 대한 권리를 정하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물권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소유권 이론입니다.
옆을 보니, 내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입니다.
나와 그들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이것도 철학적인 질문처럼 들리네요. 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거나 없다거나 이런 얘기를 합니다(답을 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적어도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민법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그들과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그들과 책을 파는 계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팔았는데 대가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가진 책이 몇 장이 찢어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책에 거짓말 또는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 거래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채권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의 '채'는, 사람이라는 글자과 책임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것입니다. 채권법은 사람들이 책임지는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경우 사람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정하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채권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계약 이론입니다.
민법은 나와 물건의 관계를 정하는 물권법(소유권 이론)과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를 정하는 채권법(계약 이론),
이렇게 두 가지를 기본적인 관계로 한 여러가지 규칙을 정해둔 학문입니다.
물권법과 채권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몇 가지 규칙을 모아서 민법의 가장 처음에 '민법총칙'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권법과 채권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곤란한 가족관계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가족법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민법은 민법총칙, 물권법(소유권 이론), 채권법(계약 이론), 가족법. 이렇게 4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물권법과 채권법이 핵심내용이고, 둘 중에는 채권법, 채권법 중에는 계약이론이 핵심내용입니다.
인간은 거래하는 동물입니다.
새들은 날개 짓을 하며 먹이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사자는 헐떡 거리며 얼룩말을 열심히 뒤쫓고 있을 겁니다.
인간은 어떤가요? 우리는 배가 고플 때 식당이나 카페 또는 편의점을 향하여 곧장 걸어갑니다. 먹이를 찾으러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지 않습니다. 식당, 카페, 편의점에서 돈을 주고 거래를 하면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거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돈은 또 거래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대가로 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죽을 때까지 거래를 하면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민법은 바로 거래를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민법은 거래할 때 발생하는 온갖 경우를 미리 예상하고 그 때의 문제를 해결하는 규칙을 정해 두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계약 이론(채권법)입니다. 이처럼 대부분은 계약관계가 정면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계약이론이 민법의 핵심입니다.
물론 다른 이론도 중요합니다. 거래를 하기 전에 나와 상대방은 거래할 무엇을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소유권 이론(물권법)입니다. 거래하는 동물인 인간이 살면서 죽을 때까지 거래를 하게 되는데 거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바로 채권법과 물권법, 즉 민법으로 해결합니다.
우리는 먹이를 찾으러 뿐만 아니라 크고작은 많은 거래를 하게 될 겁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서 인생이 찬란해지거나 위험해집니다. 그러니 민법을 알아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