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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ug 23. 2020

관찰하는 재미

언제부터 관찰하기를 좋아했을까.

어릴 적부터 관찰에서 재미를 느꼈다.


버스 타고 등하교하던 길. 버스에 타고 내리는 사람 관찰하는 재미. 매일 같은 노선의 버스를 탔지만, 같은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


버스가 정차 중일 때,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옷차림, 장 본 바구니, 이야기하는 표정 등등 관찰하고 혼자 생각할 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시간이 있을 땐 일부러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도 했다.


처음 그림을 좋아하게 된 때가 떠오른다.

그림 속을 구석구석 관찰하면서 그림을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림 속 디테일들.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 그림 속의 계절, 날씨, 상황들을 관찰하는 것이 그림을 보는 것이다. 그림 속의 스토리를 상상하고 머릿속으로 재구성해보기도 한다.


잘 관찰해서 많은 정보를 알수록 그림이 재미있어진다. 그림을 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방법으로 그림을 즐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첫사랑도 그랬다. 그가 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다 애정을 느꼈다. 지금도 큰 덩치의 그가 길거리 트럭에서 금방 튀긴 뜨거운 핫도그를 후후 불어가며 맛나게 먹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 모습이 어쩐지 짠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관심에서 시작되고, 관심은 관찰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일이 버거울 때도 관찰하기를 통해 그 시간들을 견뎌내기도 했다. 괜히 들썩거리지 말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들을 관찰하며 가만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전혀 보이지 않던 답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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