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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ug 22. 2020

행복하려 하기보다는 덜 불행하기를 선택합니다

주변에서 결혼은 안 하냐, 왜 안 하냐.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야지, 지금은 몰라도 나이 더 들면 후회한다, 아직 마흔 아니니까 지금도 안 늦었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남들 다 하는 건 해봐야 한다. 등등

이것저것 어른의 할 도리를 권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만큼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결혼이니 자식이니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야 좋겠지만

나는 이만큼이라도 살아내는 내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눈물이 나려 한다.


지금 이만큼 살아내는 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10대 후반 어린 나이부터, 놀이터 모래바닥을 보며 늘 지금 이대로 세상에 내 흔적 한 가닥 남기지 않고 영원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억지로 살았다.

20대 초반까지도 그런 생각은 늘 나를 괴롭혔다.

나의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주변 사람들은 상처 투성이었다.


서른여덟 살이 된 지금, 지금도 직장생활이나 인간관계가 버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잘 견디며 해나가고 있다.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살아남은 아이였다.


원래 살아가는 일이 문 하나를 열면,

새로운 문이 있고,

그런 무한루프 속에 갇혀 있다는 걸 안다.
대학 들어가면 취업 언제 하냐.

취업되고 나면 이제 결혼해야지.

직장에서 승진 좀 할만하면 이제 아이도 낳아야지.


주변에서 하는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런 말들에 내 고민이 깊어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고민 끝의 결론은 아직은 “아직”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일이

가지고 오는 기쁨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갓 태어난 친구의 갓난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의

감격스러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 말랑하고 보드라운 어린 아기의 몸과

때 묻지 않은 맑은 존재에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


하지만 결혼을 하고

그 결혼으로 새로운 가족들이 생기고,

그 많은 인간관계를 감당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와 관련된 수많은 책임을 지게 된다.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일이다.

다 감당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고민 끝의 내 결론은 “아직”인 것 같다.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나는 이만큼의 내 삶에 퍽 만족한다.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을 함부로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바닥까지 불행해본 사람은

행복을 선택하기보다는 덜 불행한 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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