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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Sep 03. 2020

삶은 태도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내야 할 때, 두려울 때는 더 두려운 일을 생각한다.

이미 경험한 바 있는 더 두려운 일이 있다면 좋고, 없다면 최악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상상한다.

최악의 상황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상상해보고, 가정된 상황에 몸서리쳐 본다.


내 어머니는 장의사였다. 지금은 장례지도사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장의사다.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엄마가 온갖 일을 다 했지만, 엄마가 했던 가장 궂은 일 중 하나였다. 벌써 십오륙년 전이니 그 때는 경단녀라는 말도 없었을 때지만, 그 때도 아무런 경력이 없는 여자가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엄마는 전문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하던 장례지도사 과정 교육을 이수했다. 


대학 때 시간이 나면 엄마의 사무실인 병원 지하 장례식장에 가끔 들렀었다. 종합병원에 붙은 장례식장이었다. 장례식장 사장은 따로 있었고, 엄마는 소속된 직원이었다. 사무실 바로 옆방은 시체를 보관하고 염을 하는 방이었다. 오빠는 심지어 엄마가 시신의 염을 하는 것을 종종 돕기도 했다. 누군가 들으면 놀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단지 엄마가 계신 곳이고, 엄마의 일을 돕는 것일 뿐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평범한 여자였지만, 사실 엄마는 두려움이 없이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두려움이 없지야 않았겠지만, 엄마는 목표가 뚜렷하면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엄마의 목표는 궂은 일이라도 자기 힘으로 떳떳하게 돈을 벌어 자식들을 부양하고, 엄마의 삶의 태도는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하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엄마를 생각한다. 어떤 일이 두려워 나아가기 망설여질 때도 엄마의 직장이었던 병원 지하 장례식장을 떠올린다. 두렵고 어려운 때에도 망설임 없이 나아갔던 엄마를 상상한다.

내게는 아직 그 어떤 상황도 엄마가 겪은 상황보다 어렵지 않고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었다.


엄마는 내게, 삶의 태도가 되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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