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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ug 30. 2020

꽃이 주는 생명력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캠퍼스가 아름다웠다.

운이 참 좋았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조그마한 뒷산이 아름다운 개나리와 벚꽃나무가 가득했었다.  그래서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이면 3교시에 도시락을 까먹고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꽃구경을 다니며 사진 찍기 바빴다.


대학 땐 학교 전체가 공원이었다. 일부러 강의실 가는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봄이면 죽순이며 꽃몽우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구경하며, 가을이면 낙엽 쌓인 캠퍼스를 걸었다.


나이가 조금 들면서 누군가 나를 위해 꽃을 사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나서,

내가 나를 위한 꽃을 사기 시작했다. 꽃에 매혹되어꽃집에서 절화를 자주 샀지만,

이제는 꽃씨를 심는다.


여전히 활짝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에 매혹되지만, 꽃씨를 심고 꽃을 기다리는 기쁨이 더 크다.

꽃씨에서 싹이 트고, 작은 새싹이 가지를 가지고,

꽃몽우리가 생기는 모습을 보면, 작은 꽃씨 하나가 가진 힘이 보인다. 그러다 꽃이 시들고 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에마 미첼의 <야생의 위로>


한 번씩 서점에 들러 자주 책을 구경한다. 책을 보다 식물 그림이 그려져있는 책은 덥석 사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를 보고 정말 ‘완전 내 마음이네.’ 싶어 샀다.


표지 맨 왼쪽에 길게 세로로 씌어 있는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저자는 25년간 겪은 우울증을 치유해준 것은 야생의 산책이라 한다. 산책 중 만나는 식물이 저자의 우울을 치유했다면, 나도 닮은 사람이 확실했다.

대학 때 캠퍼스 곳곳의 식물 사이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었다.


식물 속에 있다 보면 식물이 가진 생명력은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봄이 오면 움이 트고, 여름이면 몸집을 불리다 가을이면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모든 입을 떨어뜨리고 동면에 들어가는 모습.

그 모습에서 생멸의 섭리를 자연스레 익힌다. 바닥을 모르는 공허감에 시달릴 때 식물은

 다 그런 거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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