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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라이더 Sep 22. 2016

영화에서 배우는 창업 스토리

홀딱 벗은 남자들의 이야기 -  1988년도 풀몬티


현재 창업에 관심이 많은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영화를 다시 찾아보니 이 영화야 말로 창업스토리를 제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감독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주인공들이 새롭게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모습들은 창업가로서 거치는 단계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영화 얘기를 하자면


우리가 어렸을 때는 티비에 많이 의존했었다.

지금은 티비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으로 아무 때나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저녁시간 만화 보는 것도, 토요일이면 영화를 보는 것도, 예능프로를 보는 것도 티비를 통해 꼭 본방을 사수했었음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다 우연히 '아 그때 재밌게 봤던 영화 뭐였더라..?' 하면서 어렴풋이 한 장면 정도를 기억하고 있는데 조금 충격적이다. 남자들이 옷을 벗어가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말로만 듣던 스트리퍼? 인가하고 19세 영화를 봤구나 하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성인영화는 아니었고 오히려 재밌고 따뜻한 얘기로 기억이 난다.


당장 찾아봤는데 역시 내용이 특이하다 보니 약간의 검색으로 영화 제목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본 이 후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 영화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제목은 풀몬티 (The Full Monty, 1997)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는 한 영화를 반복하며 보는 것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내가 이 영화를 다시 찾지 않았다면 그저 남자 여럿이서 팀을 이루고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자신들이 원했던 스트리립쇼를 성황리에 이루게 되었다는 재밌는 영화로만 기억될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까 그 외에 것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보였다.


우선 그들은 하나같이 실업자 신세였다 직장이 없어서 돈을 못 벌게 되니까 누구는 아들 양육비가 없어 못 만나고, 누구는 자살시도를 하고, 누구는 아내에게 비밀로 하고 매일 아침 출근을 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현실을 보면서 지금과 그때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8년도에도 취직이 안돼서 먹고 살길을 고민했고 2016년도인 현재도 취직에 대한 고민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듯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젊은 나이에도 하던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딱히 없기 때문에 직업소개소에서 자신이 할 줄 아는 일이 나타날 때까지 카드를 치며 기다린다. 지금은 모두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독서실, 학원에서 할 수 있는 자리가 날 때까지 공부를 하며 기다린다. 그때 당시보다 훨씬 더 똑똑한 실업자가 된 것이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에 뭔가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에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저때는 저랬구나가 아니라 저때도 역시 저랬구나가 돼버린 현실이 느껴졌다.


돈 벌 궁리를 하던 중 주인공은 유명한 스트립쇼를 우연히 보게 되는데 남자가 저런 짓을 한다고 욕을 하며 돌아가지만 관중들이 열광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이 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스트립쇼를 하자고 덤벼드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것은 이런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인들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자기만족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초기 창업가라면 수도없이 들은 말일 것 이다.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그들은 변태적 취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직업을 찾기 위해서 모였고 돈이 될만한 일들을 찾던 중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스트립쇼다'라고 결론 낸 것이다. 스트립쇼를 자세히 알지도 못 한 상태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초반에 멤버들을 모으는 것부터 춤 배우는 것 까지 고난을 겪었지만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연습하다 보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돈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실업자에 이혼남, 뚱보, 자살시도, 늙은이 이런 사연 깊은 사람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직업을 탐색하고 팀을 이루고 관객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을 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무대에 오른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인생역전 스토리 같은 게 아니라 그들은 창업 프로세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도 창업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데 그런 단편적인 모습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 주인공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줬기 때문 아닐까?



영화는 역시 예나 지금이나 개성 있는 몇 명의 캐릭터들이 팀을 이룬다는 내용이 재밌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한 구석도 닮지 않는 캐릭터들을 하나둘씩 모아가며 원하는 바를 이뤄내고 그 결과는 모두가 열광할만한 멋진 무대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어렴풋이 기억난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보니 재밌었었던 영화를 넘어서 삶으로 느껴지는 것이 많은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Full Monty 홀딱 벗은, 벌거벗은 몸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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