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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노 Dec 03. 2023

MBB 글로벌 오피스는 어떻게 일할까?

해외 컨설턴트의 근무 방식에 대한 소회

최근은 글로벌 팀과 일하고 있다.


지금 프로젝트만 해도 각각의 시차를 대표하는 컨설턴트 한 명씩 뽑아 팀을 꾸린 수준으로, 다들 사는 곳도 일하는 시간도 업무 스타일도 너무 다르다. 흥미로운 장점은, 현재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 하에 보고서를 작성 중인데, 나를 포함한 아시아 팀이 콘텐츠를 마구 개발해서 밤에 넘기면, 미주 팀에서 밤새 (그들에게는 낮에) 추가적인 고민과 피드백 등을 남기는 식으로 24시간 스프린트가 가능하다. 프로젝트 규모와 투입된 인원이 상당해서 이러한 모델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껏 내가 경험한 해외 컨설팅 및 컨설턴트와 한국의 차이를 몇 가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는 특히, 까마득한 주니어에서 어느 정도 시니어 역할로의 승진을 앞둔 내가 향후 어떠한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할 것인지 관점에서 유의미한 요소들이다.




1. Timely appreciation is no less important than timely critique


팀원들의 일에 대한 ‘구체적인’ 칭찬을 ’자주‘한다.


해외 컨설턴트들이 한국 사람들 보다 더 유해서 실없는 칭찬을 많이 한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적의 횟수나 내용 (팩폭의 정도) 은 해외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리더십이 신명 나게 지적하고, 이에 상처받은 주니어 컨설턴트들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상황은 해외에서도 잦다. 다만 팀원들이 매일 같이 내는 작은 성과들에 대해 어떠한 부분을 잘했고, 얼마나 수고했고, 그 성과와 수고가 모여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에 관해 매일 같이 언급한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지적과 동반되는 구체적인 칭찬이 낯설어 아 이런 게 가스라이팅인가, 아니면 이 사람이 조울증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잘하고 있다는 거야 못한다는 거야 헷갈렸다. 다수의 해외 리더십에게서 유사한 패턴을 눈치챈 이후에서야 일종의 people management skill 이구나 깨달았다. 이는 팀원 스스로가 본인이 잘한다 못한다 하는 이분법적 인사고과체계에 갇혀있지 않고 매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기를 돕는 방식이다. 완벽한 최고가 없듯 완벽한 최악도 없고, 모두 성장의 대상인 거다.


2. Impact and value prioritized over mere practicality


시간에 쫓기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프로젝트의 근본적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듭한다.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했냐를 생각해 보면, 해외의 컨설팅 버젯이 한국보다 더 풍족한 것에 기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한국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과 사람을 투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므로, 효율보다는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예로는, 프로젝트 초반 내게 workplan을 짜오라고 해서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해가면서도 아 이거 너무 널널하다고 까일 것 같아 걱정했는데, 짧은 프로젝트 기간에 비해 비현실적인 약속은 하지 말자며 되려 반려당했다. 그렇다 보니 보다 더 좁은 scope 의 문제를 더 넓은 타임라인으로 고민하게 되어, 같은 문제라도 여러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이게 가능한 것은, 시간이 타이트하면 사람도 그만큼 많이 투입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 좁은 scope 의 문제를 더 좁은 타임라인으로 고민하더라도, 사람이 한국에서는 1-2명 있을 것이 글로벌 플젝에서는 4-5명이 들어온다. 프로젝트의 플로우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J-스러운 인재와 컨텐츠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산발적으로 고민하며 팀 전체를 자극하는 P-스러운 인재가 4-5명 간 적절히 배분되면 value 에 관한 고민이 더 용이해진다.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Value에 집중하기 어려운 긴박한 타임라인에서도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내는 게 한국 컨설턴트들이라, 해외 어느 팀에 배치되더라도 “쟤 정말 일 잘한다” 소리를 듣는다. 다만, 상황적인 여유가 글로벌팀에게 더 주어진다는 의미다.


3. Acknolwedgement of non-work commitments (or simply put, more liberty)


나는 워커홀릭이어도 남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존중이 있다.


본인은 새벽 1시까지 일하게 되는 상황이라도, 내 팀원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즉, 다 같이 고통받는 연좌제의 개념 없이 좀 더 개인주의적인 근무 문화가 있다.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아이가 등하교하는 시간대는 제외하고 일하고, 밤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올빼미형은 좀 더 하루를 늦게 시작해서 일하고, 아침이 편하다면 반대로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하고. 국내에선 ‘제도화’된 형태로 일정한 틀 안에서 실행되는 Flexible 근무 제도가 해외에서는 좀 더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위는 장점만 적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외 컨설팅이 한국과 다른 유토피아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답답하고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고, 반반씩 좋은 점만 뽑아냈으면 싶다. 특히 그놈의 미팅은 왜 이렇게 많이 하는 건지. 미국 회사들이 재택을 많이 하게 되면서 “This meeting could have been an email" 이라고 쓰여있는 밈이 한때 돌았던 걸로 아는데, 내 Zoom 배경 화면 해놓고 싶다. 또, 미팅을 하면 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굳이 안 해도 될 첨언에 첨언이 더해져 30분짜리 미팅이 금세 1시간이 되어버린다.


어쨌든 즐겁게 하고 있다.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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