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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준 Oct 21. 2023

10화. 눈부신 화이트 템플

 이곳 치앙라이 사원을 둘러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불상 옆이나 법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양 옆에는 국왕 부부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는 것을 자주 본다. 태국 사람들은 국왕을 매우 존경하고 왕실에 대해 험담하는 것에는 화를 낸다. 그래서 여행자들의 안내서에는 항상 왕실에 대한 모욕을 금지하는 글이 적혀 있다. 국민들이 존경하는 국왕은 그만큼 덕치를 베푸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불가에서는 보시라 한다. 보시는 부처님의 정신이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있어서 종교적인 사고는 살고 있는 현실적인 생각보다 항상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법이다. 


 석가의 불교나 예수의 기독교나 마호메트의 이슬람이나 처음에는 모두 한 인간이 겪은 고통 끝에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그들이 이 깨달음을 근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진리를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그리고서 그들은 신이 되었고 신으로서 추앙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신의 그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왕과 왕비라는 인간의 신분 계급 때문에 인간이 신과 같은 동격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밝지가 않은 것은 왜일까. 유구한 역사 속에 이어져 내려온 사원에서도 보면 대부분 그렇다.


 여기 치앙라이에 현재도 살아 있는 대단한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소년원을 들락거렸지만 지금은 건축가가 된 찰름차이 코시피팟이란 사람이다. 그가 1997년부터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여태껏 모은 전 재산을 쏟아부으며 지은 사원이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짓고 있는 눈부신 하얀 사원 White Temple인 왓 롱쿤이다.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화이트 템플은 현재 치앙라이의 랜드마크가 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내가 치앙라이에 온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갑자기 주변이 시끄럽다. 사람이 모이면 남자든 여자든 시끄러운 법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로 떠든다면 그건 예의가 아니다.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와 장소를 우리는 가려야 하는 법이다. 예전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표적이 되었고 물론 지금도 그런 부분이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도 그렇다. 마치 대단한 걸 과시라도 하듯이 너무 떠든다. 경건하고 조용한 사원에 시끄러운 소리가 더욱 거슬리는 이유이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사원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 나는 가까이 가서 조각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조각품의 표면에는 작은 유리조각들이 모두 덮여 있다. 사원이라는 예술품을 작은 유리조각들이 모두 덮고 있다니. 거기에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빛나고 있다. 그 정성과 열정에 그저 탄복할 따름이다. 

사원으로 향하는 다리 모양이 둥근 것은 윤회사상을, 지붕 위의 코끼리 나가 백조 사자 등 네 마리 동물들은 모두 지구 물 바람 불을 상징하고 있다. 사원의 구석구석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과 상징이라서 화이트 템플이 더 빛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법당의 내부와 사원의 외부 모두를 다 둘러보고선 화장실로 향한다. 그런데 화장실 또한 모두 황금빛 색으로 덮여 있어 노랗게 빛나고 있다. 사람의 더러운 부분도 황금처럼 고귀하게 생각하라는 뜻일까. 맞는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만큼 신성하고 고귀한 법이다. 그 신성하고 고귀함은 불구의 몸이든 건강한 몸이든 그리고 병든 사람이든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것이다. 내가 고개를 들어 다시 사원을 바라보니 우리도 법당 안 부처님 곁에 모두 똑같이 서 있다.

화이트 템플의 하얀 대리석과 유리에 하늘의 태양이 빛을 보내고 그 빛에 사원은 더욱 빛난다. 눈이 부셔 고개를 숙인다. 그 숙인 고개를 나는 한참이나 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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