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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Apr 13. 2021

이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사이 제 머리는 하얗게 세어 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나무 tree'입니다.

환절기에 다들 건강 잘 챙기고 계신가요?


제가 지난번 하소연 글에 (아마 3주가 조금 넘은 것 같네요.) 병원에 입원했던 저를 간병하느라 저희 딸의 희귀 난치질환이 재발했었다는 얘기를 했었죠?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 딸은 *MS(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은 동양인 에게는 발생빈도가 낮은 병인데 우리나라에 현재 환자수가 2,000명 정도가 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로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거나(실명의 위험이 있습니다) 편마비, 전신마비, 연하곤란(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등 여러 가지 증상들이 많은데 ◇◇이는 시신경염이 두 번째 재발했던 거였어요. 왼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병에, 언제 기절할지 몰라 혼자서 외출은 꿈도 꿀 수 없고 물론 조금씩 (하루에 10분에서 20분 안쪽?) 걷고 있지만 그렇게 걷고 나면 3일은 앓아누워야 합니다.

혼자선 아직 뜨거운 불 앞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을 체력도 안되고 죽도록 아픈 고통을 죽을 때까지 아파야 하는 병에 걸려 있고 또 다른 병은 염증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녀 입안에 엄지손톱만 한 구내염이 9개, 10개씩 생기고 심할 땐 생식기에도 생겨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싸는 자체가 고통인 삶을 살고 있어 아픈 딸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픈 딸을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괜찮아질 거야. 언제 엄마가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하나님이 엄마 병은 낫게 해주시지 않을 거지만 네 병은 반드시 낫게 해 주실 거야. 그럴 거라고 기도 할 때마다 느껴."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제가 믿고 싶었던 제 마음속의 말 그대로 얘기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답답함과 두려움,세상 어떤 일보다 무서운 일임을 어느 누가 다 알수 있을까요?


딸은 1주일을 입원하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주사로 맞고 알약으로 열흘 치를 처방받아 퇴원했습니다.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방받아온 스테로이드와 MS 치료제인 자가 주사를 열심히 먹고 주사했지만 3주가 넘도록 눈은 내내 보이지 않았고 퇴원 전 얘기했던 데로 2차 치료제로 넘어가기로 결정한 내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이와 저 , 그리고 남편 셋 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너무 무섭고 두려운 마음으로 3주가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가 마르고 애가 타며 장이 끊어지는것 같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2주가 조금 넘은 어느 날 머리를 감고 말린 후 쏟아지는 머리를 핀으로 고정시켰더니 제 앞머리와 옆머리가 하얗게 다 세어 버렸더군요.

염색을 해야겠요.




딸과 저녁을 먹은 후 소파에 앉아 잠시 TV를 켜놓고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사실 TV를 본다기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잠시라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더 맞을 거예요. 생각보다 저랑 딸은 사이가 좋아 말도 안 되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소화를 시킬 겸 자주 시간을 보내 거든요.


그런데 제가 잠깐 휴대폰에 정신을 판 사이에 ◇◇이가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제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뭐라고? 엄마 못 들었는데? 다시 말해줘."

그러자 딸이

"엄마, 저기에 '브레이킹 배드'라고 쓰여있는 거 맞아?"

"어디? 어디에 말이야?"

"TV에! 오른쪽엔 채널 ㅇㅇㅇ이라고 쓰여있고."

"어! 맞아. 악!!! 너 보여? 저 글씨가 보여?"

"어. 엄마. 완전히 뚜렷하고 선명하진 않은데 보여. 엄마 눈, 코, 입도 보이고 리아 눈, 코, 입도 보여."

"아! 그것 봐. 엄마가 뭐랬어. 하나님께서 넌 게 해 주신다고 했지! 이런 시련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고 하나님이 처음 약속하신 대로 네 잡은 손 절대 놓지 않으실 거야."


미치도록 뛰는 마음을 진정하고 딸과 저는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진정시켜 재우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일 신경과 진료가 있거든요.

올바른 2차 치료제가 선택되길. 별 탈없이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더 이상 나빠지는 일이 없기를 무릎 끓고 기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연약하게도 저는 약을 너무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매번 죽을만큼의 약을 모으고 죽지않고 버텨내고 약을 정리하곤 다시 약을 모으게 됩니다.


제가 약을 끝까지 모아 사용하게 되는 극한의 고통이 다시는 오지 않길 바랍니다.

한고비, 한고비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 었음을 잊지 않았는데...그래도 매번 힘이 드네요.


함께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제게 넘치는 사랑과 기도를 드립니다.

기도가 필요하신 분들 댓글에 짤막하게라도 남겨 주세요. 열심히 기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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