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나루 Nov 29. 2021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산다는 것은

안녕하세요. 강나루입니다.

참 사는 일이 산 넘어 산입니다.

행복하길 바라며 살아갈 게 아니라 그 순간의 행복함을 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순간순간 닥쳐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때가 많습니다.




제가 코로나 백신 1,2차를 맞을 때마다 대장염이 심하게 걸려 거의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심한 복통과 설사, 그리고 식이 장애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완쾌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장염의  후유증으로 몸무게가 많이 빠진 상태였고 총 8kg 감량된 몸무게는 오래 누워있었던 탓에 다리 쪽에 근육 손실(근감소증)이라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제 왼쪽 다리에 CRPS가 있다는 건 아시는 구독자 분들이라면 익히 아시겠지만 이것 때문에 부러진 다리를 재활할 수 없었고 걸을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었죠. 간병하느라 홀로 고생하는 딸을 생각해서도 또 항상 휠채어를 타고 다니며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었던 저는 재활하지 않은 상태로 혼자 걷는 연습에 매진했고 다행히도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 짧은 거리는 걸을 수 있는 정도는 됐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게 됐고 호흡이 딸리는 전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체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려고 노력만 하고 있게 됐습니다.


그랬던 왼쪽 다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리의 근육이 거의 없어진 상태(저는 원래 하비인데... 아니, 하근녀입니다. 하체 근육녀요.ㅎ) 피부에 핏기도 보이지 않았고 다리 전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발을 땅에 디딜 수도 없을 만큼 아프고 온통 하얘진 다리 발 밤마다 심한 경련과 더불어  발가락이 "쨍"하는 느낌이 나면서 발가락과 발톱에만 멍이 들고 있습니다. 그냥 저절로요. 멍이 드는 순간이 너무 아파 '졸피뎀'을 먹고 실신 지경인 상태에서도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루에 3~4시간도 못 자는데 그것마저도 잘 수가 없네요.

이런 상태로 집을 알아보고 이사까지 했습니다.


너무너무 아프고 무서웠지만 급한 일이 이사였던지라 두 번이나 미룬 "마취 통증 의학과" 진료를 오늘 에서야 보러 갈 수 있었네요.

CRPS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권위자인 교수님이십니다. 항상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통증을 경감시켜 주시려고 최선을 다하시는 프로페셔널한, 믿음직하시면서 엉뚱 미가 돋보이는 훌륭한 의사이십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처음 본 다고 합니다.

뭐가 문제인지 저보다 더 당혹스러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차트를 보시면서 계속 혼자 말을 하시더군요...'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하면서요. 그리고 "재활 의학과"와 협진을 해보자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재활 의학과"에서 까였습니다.

CRPS 환자를 재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고요. 이미 문제가 산적해 있고 시도해 봐야 damage가 확실해 보이는 환자를 선뜻 맡으려고 하는 의사는 아마 흔치 않겠죠. 아니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활 의학과와 실랑이를 벌이다 교수님들이 다 가버린 제 케이스를 임상강사 한 분이 한번 보시겠다고 예약을 잡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다리와 발입니다. 피부색이 하얗고 발톱에 모두 멍이 들어 있어요.

마음이 답답합니다. 어디든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소리라도 실컷 지르다 왔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입만 열어도 목부터 멥니다.


언제쯤 평안한 맘으로 하루를 보내며 오늘도 무사히 지냈음에 감사함만을 느끼며 살아가는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요?


꼭 올 거라 믿어도 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