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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y 26. 2022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강나루입니다.

제가 앓고 있는 모든 병들의 치료를 중단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여 걱정하실까 말씀드리지만 근래에 특별히 우울증이 심해진 건 아니에요.

그저 치료라는 명목 하에 많은 약을 쏟아부으면서 고통스러운 매일을 보내는 제 자신을 견디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가진 병의 특상 유난히 통증이 많고 그 통증들이 모두 울력성당(울력成黨)하여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 눈을 붙이는 순간까지, 아니 깊은 잠을 들지 못해 끙끙대며 앓는 소리가 제 귀에 울려 깜짝 놀라 자주 깨는 잠의 수면시간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저를 닦아세워 눈꼬리에서 눈물 마를 새가  지경입니다. 잇몸이 녹고 이가 부서지록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하는 지독스러운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힘든 내색 제대로 한 번 없이 저를 오랜 시간 간병한 딸과 젊은 시절 내내 아픈 저의 곁을 지키고 이제 노견의 길로 들어 병 콩이를 보며 웬만한 아픔엔 '아!!'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며 견디려 최선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입에서 '@@가 아파!'라는 말이 무의식 적으로 나오기 시작 의지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통증이 저를 붙잡고 휘둘러 대기 작하고 이미 그땐 세상 그 어떤 독한 약도 소용없으리 만치 아플 만큼 아프지 않고선 그 힘들고 지치고 무서운 통증을 가라앉힐 방법을 찾을 순 없더군요.  

                                              

한 달 30일 기준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해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 장애와 언어 장애, 집중력 저하, 소화기계 이상 등이 나타나는 중증의 두통을 28일 이상 앓고 있는 저를 간병하고 비위를 맞춰가며, 나라믹과 여러 알의 신경 안정제가 포함된 심한 두통 시에 먹는 약 ( 알모란과 신경 안정제로 처방) 매번 제때 챙겨 먹어도 이상하게 남아도는 다량의 수면제와 신경 안정제, 그리고 또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45~50알이 넘도록 처방된 약(조석으로 처방된 두통 방지제, 안정제, 기절 방지제, 마약진통제 조석으로 2알씩, 베체트 약, 섬유근육통 약,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약, 위 보호제, 마약 진통제로 인한 변비약, 중성지방 약, 졸피뎀, 수면 유도제, 역류석 식도염약, 위산 분비 촉진제 통증 시에 먹어야 하는 마약 진통제 따로, 그리고 기타 등등 아주 많음. 먹으면 배가 불러서 밥을 못 먹을 지경입니다. 기똥차죠!!) 먹을 수 있게 챙겨주는 딸의 일도 보통의 정성이 아니고선 감당하 힘든 일입니다.

언제부턴가 가 먹고 있는 약의 종류 이름, 복용 시기를 알 수 없을 만큼 약은 방대하게 늘어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딸과 의료진들은 약의 판매명이 아닌 성분명과 용량으로 를 제외하고 자신들이 알아서 약물을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약들은 한 달을 채우기가 무섭게 증상에 맞춰 바뀌어 갔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눈으로 본 적도 없는 무식하고 무지막지한 당장이라도 제 몸을 찢어발겨 불살라 버릴 것만 같은 생소하고 지독한 통증에 울어야 할지 소리를 질러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고, 한순간도 없어지지 않는 심한 두통으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잘하는 '말하기'의 행복을 몽땅 빼앗겨 어찌할 바를 몰라하느라 다른 생각은 미처 더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말을 잘하는 건 둘째치고 너무 약해진 몸 상태와 독한 약들로 발음도 불분명하고 머리에 담겨있는 생각과 단어는 쏟아질 듯 넘치는데 문장과 단어로 나올 때는 버퍼링이 걸리거나 전혀 다른 단어를 내뱉어 를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

그나마 이렇게 이라도 쓸 수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여기기 위해 많은 불면의 밤동안 나의 무쓸모에 대해 자아비판을 하며 괴로웠었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이제 치료를 멈추고 싶다는 이유는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렇게 애를 쓰고 다 같이 고생을 하는데 제 병은 점점 악화되고 저는 점점 견디는 힘이, 인내심이, 희망이 타버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컨디션이, 체력이, 면역력이 그리고 무엇보다 병세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지의 병을 치료한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답답할 뿐입니다.

잠들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병원을 가는 것이든 잠시의 볼일로 2~3시간이 넘지 않는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그 후 2,3일은 침대에서 아예 일어나질 못합니다. 하루에 화장실 겨우 한번 갈까?

그리곤 딸인 ◇◇이가 죽을 끓이고 굴비를 구서 가시를 다 발라놓고 새우젓을 산뜻하고 맛나게 무쳐 놔도 거의 10여 번의 읍소 끝에 간신히 부축을 받고 일어납니다. 이르면 저녁 6~9시, 늦으면 밤 11시쯤 겨우 아이의 성의를 생각해 몇 수저를 뜨고는 1시간쯤 후에 다시 환자 모드로 들어갑니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가수면 상태로 지독한 통증 느끼며 물어보면 대답 다 하고, 단지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섬유근육통에 시달니다.


치료를 일방적으로 한 번에 끊어 버린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는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먹고 있는 약들을 한 번에 다 단약 했을 때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실 저도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더 이상 약으로도 별반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입원 시기를 여러 번 놓쳐 Wash Out도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되지 않았어서 많이 힘들고 지쳤고요.


이틀 전에 뇌신경과 진료를 보고 교수님께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말씀드렸어요.

제가 사고가 생겼을 때 의식을 찾고 죽어도 퇴원한다고 우겨서 퇴원했다가 이틀 만에 제 발로 정신과에 다시 입원하고 사흘 만에 뇌신경과로 전과해서 한 달 동안 정신과와 협진해서 진료를 봐주시던, 그 일을 겪은 저를 처음 안고 기도해주신 분입니다.

당신은 신도, 신의 대리인이나 조력자도 아닌, 그저 신의 도구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제가 아는 서울대 출신 중에 가장 인간적이고 배려심과 사랑, 이타심이 강물처럼 흘러넘치 brilliant 하다 못해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교수님입니다.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제말에 교수님은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하시면서 손을 키보드에 올렸다가 다시 로션 바르는 것처럼 문지르시다 갑자기 결심을 하신 듯 제 손을 조심히 잡으셨어요.


"어머님이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상태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잘 알아요. 분기에 한 번씩은 입원해서 몸도 좀 쉬고 자는 패턴도 좀 바꿔드리고 해야 하는 게 았었는데 지금 1년이 훌쩍 넘었죠? 그죠.◇◇씨? 치료라고 해도 사실 낫는 게 아니라 현상 유지 정도고 특히 어머니는  계속 안 좋아지고 있어서 더 힘드셔서 그러실 수밖에 없으 거 잘 알아요. 여기도 일반병실만 대기가 3~4개월이지 삼성에서처럼 1인실이나 특실 쓰시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입원하셔서 두통 보톡스랑 아조 비(두통 신약) 맞으시고 며칠 있다 가세요. 단약 하고 치료 멈춘다면 어머니 반드시 그렇게 해내실 거고 그러다 통증 심해지시면.... 또 무서운 일 생기면 어떻게 해요. 35년 드시던 판피린을 끊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단칼에 끊으실 줄은 몰랐어요. 이제 뭐든 안된다는 말씀은 안 드리려고요. 잘 생각해 보시고 입원하세요. 기다릴게요. 아셨죠. 제가 어머니 곁에 끝까지 함께 지킬 거예요. 아시잖아요."


교수님께선 양쪽 눈에 눈물 그렁그렁 맺힌 채로 한방에서 보조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는 크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를 설하셨습니다.

그간의 힘들었던 투병 생활과 교수님의 단호하지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 고마움 느껴 마스크가 다 젖도록 눈물이 났었어요.

제가 아는 가장 따뜻한 교수님 중1등이신 분이에요. 레지던트 말년 차에 만나서 임상강사 시절을 거쳐 조교수가 되시는 걸 보고 이제 모교의 대학병원으로 와서 교수로 취임하셨으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도 짧지는 않거든요.

나이가 저보다 젊지만 환자를 대할 땐 삼국지 속의 명의 화타 저리 갈아입니다!


.... 교수님의 노력과 혹시나 제가 또 섣부른 짓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와 두통 외에 다른 병의 치료까지 함께 멈췄을 때의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짐작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고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지요.

완전히 멍청이가 돼버린 다던가, 통증으로 아예 운신을 못하게 될 수도 있겠고요.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고 있던 병마저 악화 일로를 치닫게 될지 모르고요. 모든 걸 망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그걸 바라고 있다면요. 아니면 무서워 죽을 것 같지만 지금 겪는 고통이 그 두려움을 이기고도 남을 만큼 치명적이라면 저를 이해하실 수 있으려나요? 사실 누구의 이해를 구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그저 제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일단 모든 치료를 멈추고 싶어요.

미친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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