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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Jan 27. 2023

고통을 더 잘 견디는 사람

의사 선생. 말 좀 가려 합시다

이제 설 연휴가  지나갔네요.

여러분들 행복한 새해 명절을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분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 분이시든 아니면 혼자서 조용히 새해 계획을 세우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신 분이시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이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저는 올해도 여전히 혼자서 조용히 명절을 보냈습니다.

큰 병을 얻으면서 생겼던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저는 생일과 명절이 있는 1월과 2월을 견디며 지내는 것이 아직도 많이 힘겨운 일로 남아 여전히 극복하려 노력 중에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 작년 보단 작년이, 작년보단 올해가 조금이나마 견디기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여전히  중임에도 불구하고 딸과 함께 작은 일을 도모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일이 하는 데로만 이루어진다면 건강을 회복하는데도 많은 도움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시술보다, 어떤 약보다 저의 고통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 혹시 잘 풀리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쉽게 실망하고 포기했다면 렇게 오랜 시간 많은 병을 앓으며 견뎌내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 안 그래도 1년 중 가장 심적으로나 건강상태로나 가장 힘든 이 시기에 한 가지 하소연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들어주시길 바라며 얘기해 볼게요.


명절이나 대체공휴일같이 쉬는 날이 길게 붙어 있을 때에는 뜻하지 않은 사고나 실수로 다치게 되는 경우에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병원들도 휴진하는 곳이 많아 응급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가능하면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날씨까지 눈이 오락 가락 하고 추위가 기승을 부려 안 그래도 컨디션 난조였던 저는 나름대로 조심을 한다고 노력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당일 날 밤에 방 안에서 움직이다가 침대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아주 세게 부딪혔어요. 

어찌나 세게 딪혔는지 "꽈 직" 하는 큰 소리가 났고 조용한 새벽시간에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이를 꽉 악물어야 했습니다.

밖에 있던 딸의 "엄마 괜찮아?"라고 묻는 소리에 바로 대답 못할 만큼 아파하고 있는데 아이가 놀라서 뛰쳐 들어왔어요. 하... 

부딪힌 발가락은 CRPS가 있는 왼쪽 다리통증은 금세 다리를 타고 올라 다리 전체와 허리까지 돌발통으로 번졌고 뼈에 금이 갔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침대에 부딪혀 발가락 뼈에 금이 간 적이 있어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짐작은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고요.

응급실을 갈 것인지, 다음 날 진료를 보는 병원을 찾아갈 것인지 얘기를 나누다 응급실 가 밤이 새도록 추운 바깥에서 대기를 해야 하고(4~5시간) 안으로 들어가도 정형외과 전문의를 만나려면 어차피 다음 날 오전 8시가 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 같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우선 식구들을 재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진료를 하는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밤새 붓고 멍이 올라와 살짝 딛기만 해도 다리는 물론이고 팔까지 돌발통이 생겨 고생이 막심합니다.흑흑::::
마약 진통제를 먹고 통증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수면제를 먹고 잠들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날 밤 진정되지 않는 통증에 밤새 소리 없이 뒤척거리며 날이 밝아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제가 그날 밤 뼈에 금이 간 고통과 수시로 다시 생기는 끔찍한 돌발통을 참을 수 있었던 건 명절을 맞았다고 처음으로 명절음식(갈비찜, 탕국-제사 안 지냅니다. 그냥 먹고 싶어서요^^, 여러 종류의 전, 밑반찬, 김치찌개, 차돌 된장찌개, 떡국)을 준비하느라 애쓴 딸을 조금 이나마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던 정형외과는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이었습니다.

9층까지 있는 큰 건물을 모두 병원이 사용하고 있었고 입원실을 갖추고 있는 데다 투석실과 엑스레이, CT, MRI를 모두 갖추고 있는 중소형급의 병원이었어요.

진료하시는 원장님도 진료경력이 좀 있으시고 요즘 종편채널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고 배너 광고를 몇 개나 세워 놓고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저 개인적으로 TV에 출연(종편이나 특정 다이어트 음식 광고등...) 하시는 의사에게  뢰가 없기는 하지만 그날은 명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진료를 보기 위해 간단히 엑스레이를 찍고 기다리다 이름을 호명하길래 의사를 만나기 위해 들어갔어요.

이제부터 진료실에서 있었던 대화 그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의사: 아... 발가락을 다치셨어요? 여기에 발 올려놓으세요.(작은 의자가 있었습니다. 발가락을 세게 잡고 앞뒤로 움직이며) 아파요?

나무:아!!! 하하핫 아파요!

의사:(다시 발가락을 세게 잡고 움직이며) 아프다고요?

나무:아니! 아프다니까요!! 아프다고 말했잖아요???

의사:아픈 왜 웃으면서 말해요? 아... 뭐... CRPS가 있다고요? 무슨 약 먹어요?

나무:마약 진통제 먹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전 너무 많이 아프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웃음이 나와 버려요.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어도 통증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요. 오히려 소리를 지르면 신경까지 날카로워져 더 힘들어지거든요.)

의사: 아니 마약 진통제 그걸 왜 먹어요? 중독되는데? 그런 것도 모릅니까?

나무:제가 중독인지 아닌지 아시나요? crps 돌발통이 심하기 때문에 먹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아플 때 표현 방법은 다 수 있고요. 쓸데없는 얘기 마시고 금 갔는지 아닌지만 확인해 주세요.

의사:아... 네... 그럼 진통제는 필요 없으실 테고 지금 봐선 잘 안 보이네요. 금이 안 간  수도 있고요. 계속 아프면 2~3일 후에 와서 CT 찍으세요.

나무:지니야. 나가자.


그렇게 진료실을 돌아 나오고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큰 소리를 내며 싸우지 않은 이유는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 이기도 했거니와 제가 입을 열어 다툼으로 제 자신 스스로를 천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어라고 말한 들 그 의사의 태도나 생각이 바뀌진 않을 테니까요.

오히려 저를 마약 진통제를 남용하는 정신병자라고 생각했겠죠.


발가락에 금이 간 정도는 제가 아무리 아파금이 간 당일에 안 보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압니다.

2~3일 후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오히려 금이 간 자리가 진해져 확실한 후속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이 가거나 부러진 통증보다 훨씬 더 큰 통증에 매여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 통증 좀 참는다고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히 병원에 갔던 이유는 발가락으로 인해 계속해서 돌발통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1년이나 미뤄진 Wash out 탓에 온몸에 독한 약이 쌓일 대로 쌓여 마약 진통제를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심한 알레르기가 생기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니다.

하지만 모든 CRPS환자들을 잠재적 마약 중독자 취급하며 환자가 표현하는 고통의 방식이 울부짖음과 괴로움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롱하고 비웃는 의사의 태도가 정당한 겁니까?

인간적인 위로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들어간 딸이 함께 서 있었는데 제가 울며 비명을 질러야 만족했으려나 봅니다.


연휴가 지나고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 실금이 가고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습니다. 연휴 내내 참느라고 애쓰셨다는 위로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병은 그저 병일 뿐입니다.

제 병이 저의 정체성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병이 저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입 좀 조심하라고.

당신이 얼마나 천박한 인간인지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 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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