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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Dec 19. 2022

올 겨울도 무난히 넘길 수 있기를

안녕하세요. 강나루입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어느새 소복이 쌓여 있네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들 무탈히 지내시기를 간절히 기도 니다.




불치병과 만성질환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는 제가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 겨울입니다.


사실 여러 가지 병을 가진 만성 질환자가 어느 한 계절이 편안한 계절이 있겠습니까만 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은 습도와 기압의 변동이 심해져 근육을 경직시키고 통증을 배가 시키기 때문에 이 아픈 증세가 많은 병들을 가진 저는 더욱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됩니다.

또 통증이 심해지는 것에 따라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 해리성 기억상실 등 심해지 신경이 예민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간이 거의 없요.

가을이 되면서부터 저 자신이나 저를 간병하는 딸아이도 부쩍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진료를 다니는 병원의 여러 과와도 긴밀히 협조해 다가 올 겨울을 준비했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 다리에 생겼던 CRPS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겠지만... 발목이 부러져서였습니다. 

통증과 돌발통 때문에 재활을 할 수가 없었고 걷지 못할 거란 말을 들었지만 제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비록 짧은 거리나마 걸을 수 있게 됐. 

어쩌면 사실 다리는 CRPS를 피해 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레지던트 1년 차 선생의 확신의 찬 말로 인해(80%는 CRPS가 될 확률이 높다고 얘기했어요.) 회복되기도 전에 이미 전 CRPS가 될 거라고 굳게 믿어 버렸습니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담당 주치의와 교수님은 상황을 바꿔보려 애썼지만 이미 제 다리가 CRPS가 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지금은 경험이 부족한 나이 어린 의사들의 확신에 찬 말들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재활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근육이 짧아진 상태로 무리해서 걸어 다녔기 때문에 CRPS가 있는 왼쪽 다리 문제가 생고 허리, 골반, 고관절, 오른쪽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 제 척추관 협착증에 무리가 갔어요.

몇 주 전부터 허리를 구부리지도 못하고 펴지도 못할 만큼 아프더니 오른쪽 다리의 온 신경 줄이 팽팽히 당겨진 것처럼 쑤셔오며 다리 역시 펼 수도 접을 수도 없을 만큼 아팠습니다. 오른쪽 다리의 피부를 만지면 꼭 내 피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차가운 얼음을 한참 올려놨다가 만지면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얼얼해졌습니다.

살면서 문 틈 사이에 손가락 한 번씩 안 끼어 보신 분 계실까요?

그렇게 문틈에 낀 손가락 정말 아프잖아요. 저는 평소엔 잘하지 못하 욕이 저절로 나올 정도 아프더라고요. 손가락이 끼인 순간엔 차마 손으로 만져볼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아프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얼얼해지면서 살짝 손을 대보면 꼭 남의 살을 만지는 듯한 느낌 들잖아요.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죠?

바로 그런 느낌이 조금 진하고 세게 와서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아팠어요. 그런 통증을 3주 이상 버티다 결국엔 날짜를 당겨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CRPS가 있는 오른팔의 통증은 팔과 어깨를 넘어 견갑골과 까지 번져 진료를 봐주시던 마취통증 의학과 교수님은 하루에 두 곳은 시술하기 어렵지만 가능한 조절 해서 도와주겠다 말씀하시곤 '신경 차단술'을 허리와 어깨, 그리고 겨드랑이 밑으로 더 시술해 주셨어요. 

통증 자체도 너무 심했고 시술도 무리였던 탓에 집으로 돌아와 며칠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간신히 먹는 식사도 물리고 화장실도 딸의 도움 없이는 갈 수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어요.


그리고 몇 달 전부터 마약 진통제와 여러 신경 안정제의 부작용인 구강 건조로 인해 생긴 충치와, 통증을 참느라 깨진 이의 치료를 위해 시작했던 치과 진료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한 번에 여러 곳이 깊은 damage를 입어 상한 이가 8개, 그중에 깨져버린 이 2개와 금이 간 이 1개는 임플란트를 해야 해서 앞 길이 구만리 같네요.

치과를 한번 다녀오면 3~4일은 자리보전을 하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식사도 땡! 화장실도 땡! 오로지 침대를 지키고 누워만 있게 됩니다. 이런 컨디션이라 빨리 진행도 못하고 답답할 뿐이에요.

재작년에 윗니 몇 개와 아랫니 두 개를 포함해 통증을 참느라 녹아버린 잇몸까지 치료하느라 큰돈을 쓰고 그보다 더 큰 고생을 한 후에 이를 관리하는 것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는데 노력이 무색합니다.




컨디션을 잘 유지해도 넘어가기 어려운 계절이 겨울인데 이렇게 몇 주를 고생하다 보니 체력과 면역력이 급격히 다운됐고 국엔 '대상 포진'에 다시 걸리고 말았어요.

남들은 평생 한두 번이나 걸릴까 말까 하는 대상 포진을 저처럼 자주 걸리는 사람도 처음 본다 하더군요.

참 가지가지합니다.

왼쪽 이마에서 머리 안쪽으로 수포가 생기고 왼쪽 눈과 안면, 그리고 두상에 통증과 열이 나고 온 몸의 뼈와 근육이 으스러져 침대에 들러붙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조카 손주가 놀러 와 아무리 "함미~함미~"를 애타게 불러도(물론 아직 함미도 '머', 이모도 '머', 강아지도 '머'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팔을 뻗어 가리키며 부르고 우리 각자의 귀에는 함미, 이모, 멍멍이로 들립니다.ㅎㅎ) 눈 한번 제대로 뜨고 바라봐 줄 기운조차 없네요.


12월 초에 저장해 놓았던 글 한편을 올린 것 말고는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다른 작가님들께서 쓰시는 글 만 열심히 읽으며 지냈습니다.

한편으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형편없어 망가지고 아파 다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을 때 저를 일으킨 것이 브런치였습니다.

다시 한번 아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조용히, 담담히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제가 다시 기운을 차릴 거라 믿으시죠?

저도 믿습니다.

열심히 먹고 열심히 쉬고 열심히 치료해서 멈추고 있던, 계획하고 있던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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