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한다면

내가 할 일은 오직 기도뿐

by 강나루

처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하나님을 믿으며 다른 이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은혜를 연달아 경험했었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갑상선 질환, 겨드랑이에 잡혀 있던 작은 혹들,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몰라 늘 진료확인서를 지갑에 넣고 다니며 대비해야 했던 자궁의 큰 물혹이 목사님의 안수기도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 순간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단순히 병이 나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내 삶에 손을 얹어주신 듯한 깊고 따뜻한 치유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평생을 바쳐 간절히 바라도 한 번 겪기 어려운 은혜를 세 번이나 누렸음에도, 첫 번째 희귀 난치병인 베체트병 진단을 받았을 때 내 믿음은 크게 흔들렸다.

하나님을 열심히 따르고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해 왔는데, 다시 병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답을 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하나님의 뜻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성경 어디에도 그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나를 살리셨던 주님이 이제는 나를 버리신 것만 같았다.

하나님께서 살아 계실지는 몰라도, 더 이상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히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CRPS라는 두 번째 희귀 난치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한 불행들로 인해 내 삶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게 있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나 자신을 탓하고 내 잘못을 헤집어 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이에게 해를 끼치려는 마음으로 살았던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까지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하나님이 원망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나를 살리셨던 주님이 이제 나를 버리려고 작정하셨다 생각했다.

하나님은 살아계실지 몰라도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계시지는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어진 매일의 고통들.

매일 몇 번씩 찾아오는 뼈가 으스러지고 불에 타는 듯한 CRPS 통증,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구토와 시력저하, 식이장애를 동반하며 밀려오는 두통,
하루에도 십수 번씩 의식을 잃게 만드는 자율신경 실조증,

몽둥이로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한 섬유근육통,
구강과 생식기에 끊임없이 생기는 궤양,
관절의 극심한 통증으로 밤잠을 앗아가는 베체트병,

이틀 혹은 사흘만 약을 거르면 밤과 낮이 뒤섞여 버리는 불면증,
증상이 시작되면 한 달, 두 달씩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우울증,

남편의 퇴근 소리만 들려도 호흡이 막혀 자낙스를 삼키지 않고는 버티지 못했던 불안장애,
잠시 걸을 수 있게 된 기쁨도 사라지게 만들어버린 광장공포증(공황장애),

견디지 못한 마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서져 버리는 해리장애와 해리성 기억상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합병증과 약물 부작용들까지…

만약 이것들이 정말 ‘견딜 만한 시험’이라면,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견뎌내는 것이 옳은 일인지 끝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방식이든 이 고통을 멈추고 싶다는 마음이 무서울 정도로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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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통틀어 ‘인생’이라 부른다.
인생(人生, human life)이란 인간이 생명으로서 이 땅에 태어나 희로애락의 과정을 지나 마침내 생을 마무리하는 여정을 의미한다. 흔히들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표현하는 바로 그 흐름이다.

병을 얻었을 당시, 나는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였음에도 참으로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인생이 주는 고통과 어려움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그때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비로소 온몸으로 깨닫게 된 순간은,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었던 바로 그날이었다.


살아 계실지조차 확신할 수 없고, 더더욱 내 곁에는 절대 계시지 않을 거라 믿었던 하나님을 죽도록 원망했다.
아프고 병든 나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던 남편을 미워하고, 가장 지옥 같던 내 삶의 순간에 등을 돌린 가족들을 저주하며, 발광하듯 울부짖었다.

그런데 그 모든 분노와 절망 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사실… 하나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내 삶에 일어난 일들은, 내가 이 땅을 살아가며 피할 수 없었던 인생의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 험난한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하나님은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신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깊고 험한 강을 건너는 나를 붙들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시며 눈물 흘리고 계셨던 분이 바로 하나님이셨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우매하고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온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았던 외로움과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우셨으면, 마침내 육성으로 말씀하셔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셨을까.

그 생각에 죄송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와 견딜 수 없었다.
하나님은 한 번도 나를 놓지 않으셨는데, 오히려 내가 하나님을 놓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은 여전히 그대로 현재 진행형이다.

치열한 노력으로 걸을 수 없다고 말했던 다리는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짧은 거리 정도를 걷는다거나 하는 유의미한 진전도 있다. 하지만 병을 처음 얻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 힘들어진 부분들도 있고, 더 진행이 되어 난치성으로 고착되어 버린 두통 같은 병도 있어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이미 하나님께서 병을 고쳐주시는 은혜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앓고 있는 여러 가지 병들을 낫게 해달라고 빌지 않느냐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내게 함께 하심으로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주셨다.

기도와 말씀과 찬양으로.

하나님은 이미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을 아시고, 이런 병들로 고생할 나를 위해 먼저 능력을 보이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세속적이고 연약한 지도 누구보다 잘 아시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병들마저 없다면, 나는 또 금세 은혜를 잊고 믿음을 놓쳐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언젠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할 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씻은 듯 나아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오직 하나님만이 아신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바른 기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언제나 함께 하시며, 사랑하시고, 긍휼히 여기신다는 사실을 직접 겪고 난 뒤에서야 알게 된 진리다.

세속적이고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기도뿐이다.
말씀을 가까이하고 찬양을 즐거워하던 예전의 나를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고 바란다.




pinterest.com 발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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