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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Nov 09. 2023

아픈 것도 서러운데-민간 보험사의 횡포

본인부담상한제

우리나라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민 건강 보험 제도가 잘 발전된 나라다. (*국민 건강 보험 -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발생한 고액의 진료비로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운영하다가 필요시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상호 간 위험을 분담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더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선진국 중에선 치료비를 전혀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나라도 있지만 그런 나라들의 경우 암같이 시간을 다투는 질병의 경우 진료 순서가 밀려 치료를 받기도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산정특례를 인정받은 질병의 경우에는 (*산정특례-희귀 질환자 확진받은 자가 등록절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하는 제도. 질병마다 본인 부담률은 다를 수 있고 해당 질병과 해당 질병으로 인해 생긴 합병증에 한해 적용받는다. 이중에 비급여 항목(고액의 신약, 2인실 이상의 상급 병동),100/100 본인부담 항목 제외) 의료 보험공단에서 지원을 해주어 적은 부담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있. 


나 같은 경우엔 베체트(번째 희귀 난치질환) 료받던 도중에 산정특례 적용을 받게 됐었는데 솔직히 그땐 이게 뭘 뜻하는 건지도 른 체 병원에서 알아서 신청해 줬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신청을 하게 되었나중에서야 산정특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또 우리나라 국민 의료보험에는 *본인부담상한제라는 것이 있어 (*본인부담상한제 - 명칭 그대로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에 대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하는 제도) 국민이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인해 의료비 취약계층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 또한 마련되어 있다.


그나마 이런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우리 집은 진작에 길거리로 나앉는 형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사실 이미 집 한 채 정도는 말아먹고 거지되기 일보 직전이다.

산정특례는 해당하는 희귀 난치질환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에 대해서만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희귀 난치질환을 앓기 전 먼저 앓고 있던 여러 가지 병들과 두 번째 희귀 난치질환인 CRPS를 진단받은 후 생긴 합병증 외에 부차적으로 생긴 총 20 여 가지의 병들은 모두 내 돈 내산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만성 중증 질환을 앓다 보면 자연스레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망가져 몸이 건강한 상태였다면 가볍게 지나갈 병들 고질 병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해도 2인 이상의 병실을 이용하거나 내가 앓고 있는 병의 신약 비급여로 (의료 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지정된 경우엔 고가의 약이나 시술 따위는 100% 모두 내가 돈을 내고 약을 사서 복용해야 하고 대부분의 신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가인 경우가 다.

하지만 내가 보험의 필요성을 느꼈을 땐 이미 갑상선 항진증과 그 병의 합병증 심장병을 앓고 있어 어느 보험사에서도 보험을 가입시켜 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 외에는 마땅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그때 이후로 실로 어마무시한 의료비를 감당하고 있고 그나마 산정특례나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의 도움을 받지 않다면 진작에 치료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딸의 보험을 미리 들어 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를 오랫동안 간병하다 딸이 얻게 된 MS(다발성 경화증)라는 희귀 난치질환은 사실 국민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일반 민간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치료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약값이 비싸고 증상에 따라 약의 종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질환이다.

외국인 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실 아시아 쪽에선 드물게 관찰되던 병이다.(우리나라 총 환자 수가 1800명 내외뿐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서구적인 생활습관의 변화와 과도한 스트레스의 증가로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딸은 뇌에 번져 있는 회백색의 반점으로 보자면 이미 중기를 훌쩍 넘어 있는 상태였지만 나타나는 증상만으론 그리 심하지 않아 2021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자가주사를 놓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에 무리가 가면 팔다리가 처지며 마비 증세가 온다거나 심한 두통 후에 눈이 보이지 않는 재발이 자주 발작년에 재검사를 하고 2021년에 쓰던 1차 약에서 2차 약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진행을 했다.

MS의 경우 제대로 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이제 막 아시아 인들의 기준을 찾아 임상 시험과도 같은 투약을 진해하는 중이라 MS 같은 경우의 약은 산정특례를 받아도 몇 백만 원의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나 역시 오랜 세월 마약 진통제를 먹어 구강의 건조함이 입안을 망쳐 임플란트 시술을 여러 개 앞두고 있고, 병의 특성상 통증에 대한 빠른 조치(통증에 대한 이해와 빠른 대처 등등...)가 필요하고 다른 과 와의 협진이 중요해 간호사 한분이 여러 환자분을 돌봐야 하는 다른 일반 병실을 이용하기 어려워 Wash out을 위해선 항상 처치가 빠른 특실을 이용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비에 대한 부담은 커져갔고 독한 마약 진통제를 먹음으로 인해 통증 민감도가 올라가 crps 외에  다른 통증들을 느끼는 병들조차 일반적인 진통제는 소용이 없어졌다. 딸이 MS를 진단받고 내가 앓는 병들의 가짓수가 늘어나며 먹는 양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병원비와 약값, 입원비, 치료비등 의료비로 지출되는 돈은 상상도 할 수 없이 불어나 내가 가진 여러 가지 병 때문에 딸의 병을 치료하지 못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초조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 걱정으로 내게 힘든 병이 한 가지라도 더 생긴다면 더 이상 치료받지 않겠다는 말을 내 마음에 새기듯 딸에게 다짐받았다.




그리고 올해 8월, 갑자기 방송에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수령에 대한 갑작스러운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선 언제나 럼 우리 계좌엔 환급금이 입금되었다.(국민건강의료보험공단에 환급금 계좌가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매년 소리도 없이 입금되는 돈이었기에 방송에서 환급금을 돌려받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새삼스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년부터 지급될 '2023년도 본인부담상한액'의 기준이 달라질 것에 대한 준비로 미지급된 환급금을 정산하기 위한 이유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1차 약으로 재발을 반복해서 2차 약으로 넘어갔던 딸의 2차 약 2번째 치료를 앞두고 입원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 번의 입원을 하고 약을 두 번으로 나누어 복용한 후 이번에 약이 잘 들을 경우 4년 간의 휴약기를 가질 수 있어 한 편으로 기대를 하고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실비 보험을 신청하여 입금된 돈이 보험공단에서 돌려준 본인부담금상한제 환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었던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보험사에서는 약관에 명시된 일이라며 더 이상 말을 아끼고 보험사에 속한 손해 사정관 역시 이상 없다며 더 이상의 지급을 거부하였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래. 약관에 명시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하고 포기하고 말았겠지만 방송으로 환급금을 지급한다고 떠들고 난 후에 벌어진 일이고 '어떤 사람이 2천~3천 장 가까이 되는 보험 약관을 모조리 다 읽고 사인을 해서 이런 일에 미리 대비를 할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설령 그 약관을 다 읽어 산정특례와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에 대한 내용을 찾았다 해도 본인이 희귀 난치 질환이나 중병, 상해에 걸리지 않는 이상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라에서 의료비 취약 계층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를 통해 민간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사익을 채우고 있다.


아프고 힘들 때 도움을 받기 위해 내 돈을 들여 가입해 놓은 보험이 이제 와서 내 뒤통수를 치고 있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얘기이고 젊지만 언제 아플지 모를 당신의 이야기이고 어리지만 언제 다치고 아플지 모를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눈앞의 병들고 아픈 이들을 짓밟는 민간 보험사들에게 적절한 제재와 자신들이 받아 챙긴 우리의 미래에 대한 보상을 촉구한다.



ps. 금감원과 소비자 보호원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에서 석 달이 걸릴 거라 말하더군요. 좋은 소식 있으면 알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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