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잘하는) 예의 바른 사람이 돼야 해
예의가 무너지면 방종이 되거든
지니야, 엄마가 가장 먼저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하지 않니? 그래. 혹시 네가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누누이 얘기하던 그것, 사람으로 살아가며 가장 필요한 덕목에 대해 이야기할게.
어릴 적엔 누구에게나 큰소리로 밝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금은 예의 바른 사람으로 사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려고 해.
다 커서 낼모레면 서른을 앞두고 있는 너한테 웬 예절 타령이냐 할지 모르지만 이게 살아가는데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얘기하는 거야.
네가 어릴 때 기억하지?
엄마는 모든 예절의 기본은 인사하기라고 생각했거든. 엄마가 그렇게 하도록 열심히 먼저 시연해 보여주기도 했지만 넌 방긋방긋 웃으며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예쁘게 말하며 인사하는 아이였어. 동네에서 엄마는 몰라도 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 어찌나 조잘조잘 얘기를 잘하고 다니는지 우리 집 대소사를 모르는 분이 없으실 정도니 말 다했지 뭐. 그래도 엄마는 싹싹하게 인사를 잘하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한 가지 있어.
네가 사춘기가 한창일 무렵이었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니는 외계인일 때 말이야. 어떤 문제였는지 너무 사소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트에서 엄마하고 너하고 작은 다툼이 있은 후에 교회 권사님을 만났잖아. 엄마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나눴어. 그리고 널 바라봤는데 비딱하게 서서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속삭이듯 말하는 모습에 엄마의 열려있던 뚜껑이 날아가 버렸어. 그렇게 권사님과 지나쳤지만 엄마가 네게 다시 가서 제대로 인사드리고 와 라고 말했고 다행히 넌 두말도 없이 권사님을 쫓아가 다시 인사드리고 왔지. 그때의 너를 보며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 심지어 사람도 아닌 외계인이었잖아.
나중에 권사님께서 사춘기 아이가 다시 인사하는 건 처음 본다고, 그리고 정말 정중하고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 그때 엄마는 알았어. 네가 영원히 외계인으로 살진 않겠구나 하며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 몸에 밴 예절은 여러모로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이로운 것 같아.
예절의 기본이 잘 되어있는 사람에게는 배려와 공감이 깃들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생기게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반대로 예절을 지키지 못해 관계가 무너져 버리면 무너진 예의는 순식간에 방종이 돼버릴 수 있단다. 방종을 친밀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친밀한 상대일수록 더 예의를 갖고 대해야만 해. 상대에 대한 예의와 경외가 없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건 허무한 마음과 부박한 행동에 따른 씁쓸함 뿐이거든. 그리고 그런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겸손이 미덕인 세상이 지났을진 몰라도 몸에 밴 예의범절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부디 예의와 배려, 공감을 잃지 않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랄게.
사랑하고 믿는다♡.
우린 다음이야기에서 또 만나자.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