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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Dec 09. 2024

[Prologue] 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

너를 낳은 일♡

저는 좋은 엄마가 아닙니다.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던 맹모의 어머니처럼 헌신적인 엄마는 더더욱 아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50이 넘도록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하나뿐인 외동딸 우리 지니를 낳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힘들었던 무용담 하나씩 없는 엄마들이 있을까요?

저는 딸을 임신하기도 어려웠지만 입덧도 유난하여 마지막 달까지 구토를 심하게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음식만 봐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갈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임신 초기에 아이에게 영양이 가지 않고 전해질 수치가 많이 떨어져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입원을 해야 했고 임신 안정기인 7개월 무렵에도 심한 조산기 입원을 했습니다. 막달에도 50kg이 넘지 않아 해골이 임신한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한 생명을 잉태하고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절절하게 느낀 날들이었습니다.


지니를 낳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합니다.

본격적으로 진통을 시작해 분만 대기실에서 기다린 시간만 32시간이 넘었습니다. 제가 지니를 낳을 땐 무통분만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을 때였어요. 진통 중간에 양수가 터져 버리고 진통 간격도 제멋대로 변해 결국엔 유도 분만제를 맞아야 했고 힘이 빠진 제 배위로 간호사 한분이 올라가 세게 아래로 내리누르며 힘겹게 지니를 낳을 수 있었어요. 지니의  으.. 으~앵하는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렇게 어렵게 얻은 지니가 저의 딸이 친구이고 보호자입니다.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저하고 죽이 잘 맞아 함께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고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으려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모든 얘기를 다 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이런 시간들을 통해 어리기만 하던 딸이 점점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바로 알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인이 되자마자 10년이 넘도록 아픈 엄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주고 있습니다.(건 제게 큰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할 때에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을 때에도 동의서에 사인했던 건 언제나 딸인 지니의 몫이었습니다.

지니의 입장에서 보면 원해서 태어난 게 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닥친 버거운 모든 문제들을 하고 묵묵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 고마운 마음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딸에게 제가 살면서 알게 된 것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살며 제가 잘못했던 일들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두 모녀의 앞날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천천히 나누려 합니다.

제가 딸에게 보내는 Love letter 함께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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