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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용 Aug 26. 2019

사실(Fact)과 진실(Truth) 그리고 판단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어떻게 다른가? 

사실(Fact)과 진실(Truth)의 차이는?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 당혹해한다.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또 많은 사람들이 구분 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엄밀히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이다. 그리고 이 두 단어의 구분은 지식과 개념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 단어들의 구분에서 판단이 시작된다. 따라서 상황 판단에 대한 논의와 모든 공부에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事實 Fact) 진실(眞實 Truth) 판단(判斷 Judgment) 등의 이 단어들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언제부터 우리말이 되었는지? 등의 문제와 이 단어들의 구별에서 언어적(사전적) 의미와 개념적 의미의 차이 등 언어학적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을 것이다.



 '사실(Fact)'의 반대 개념은 '거짓'이 아니다. 


사실(Fact)과 진실(Truth)을 구별하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은 반대(대립)되는 말로 비교 가능하다. 


진실(Truth)의 반대말은 ‘거짓(Lie)’이다. 그러나 

사실(Fact)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거짓은 아니다. 사실(Fact)이 아닌 것들에는 의견, 느낌, 추측, 주장 등이 있다. 물론 ‘거짓(Lie)’도 사실(Fact)이 아닌 것들에 포함된다. 그러나 ‘거짓(Lie)’은 진실(Truth)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이기 때문에 사실(Fact)이 아니라고 할 때 ‘거짓(Lie)’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사실(Fact)의 개념을 이해(설명)하는데 수월할 것이다. 


판단(Judgment)은 진실과 거짓, 사실과 사실이 아니 것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진실과 사실의 관계’에 대한 것까지 포함된다. 판단을 위해서는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주장을 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는 것이다. 제시하는 사실이 단편적이거나 부족할 경우 진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혹자는 (형사)법정이 진실을 가리는 데가 아니라 검찰 기소 내용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며 부분적으로는 개인적 의견이다. 법정은 사건에 관계된 증거와 사실들에 대한 검증뿐 아니라 사실들의 총체적 관계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곳이라고 보아야 한다. 


언론에서, 기사는 기자의 의견을 쓰거나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 혹은 신문사의 입장과 성향에 따라 ‘선택된 사실’을 중점적(선택과 강조)으로 보도한다. 언론에서는 언론사의 의견과 주장을 얼마든지 사실처럼 만들 수 있다. 특정 사건을 보도하면서 “‘000’라고 예상된다”라고 할 때 ‘예상’은 사실이다. 그러나 ‘000’를 강조하면 ‘예상’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000’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또 "아무개가 000이라고 했다."라고 할 경우 '000'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무개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신문과 잡지에서 전문가의 기고문이나,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용들은 대체로 의견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사실도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신문에는 크게 3가지의 콘텐츠가 있다. 첫째는 사실 보도, 두 번째는 의견(사설, 기자의견, 독자의견), 세 번째는 광고이다. 


학자들의 논문은 연구 결과를 쓴 것이지만 진실은 판단할 수 없다. 특정한 사실들을 조합하여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통하여 특정한 사실들을 발굴해 내는 것,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 타당한 주장을 이끌어 내는 것 등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따라서 논문 심사는 단편적 사실들의 진위와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설문조사는 의견이나 느낌을 사실화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답하는 것은 나의 취향 혹은 느낌에 대한 의견이다. 이 의견들이 모아진 결과는 통계로써 단편적인 사실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 B가 재미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영화 B에 대한 느낌이나 의견이다. 그러나 영화 B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로 관객 70%가 재미있었다는 응답 결과는 사실이 된다. 그러나 조사방법 시기 등에 따라 사실은 달라진다. 따라서 진실에 근접한 사실을 얻기 위해 다양한 조사방법이 연구된다.         


통계 역시 사실들의 종합으로써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총체적 사실과 다르거나 진실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대부분 책들의 내용은 저자의 주장이다. 사실도 진실도 아니다. 일부 혹은 많은 부분이 사실이거나 부분적으로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총체적으로 진실인 경우는 드물다. 저자의 주장이 보편적으로 공감을 받을 때 독자들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진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방송 토론자들이 하는 말은 사실도 진실도 아니다. 오직 의견과 주장뿐이다. 간혹 의견과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단편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역시 토론자의 의견과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때 진실로 여겨지게 된다. 

비전문가들 간의 토론은 대체로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인적 의견을 말한다. 그러면서 대부분 자기 의견이 진실에 가깝다고 우긴다.


광고는 사실도 진실도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을 근거로 하여 진실을 말하고, 그것을 소비자가 공감할 때 좋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광고 효과가 높다.   


역사는 모든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진실은 더욱 알 수 없다. 그래서 Hi Story(이야기)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와 본성, 그리고 사회적 pattern literacy를 통하여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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