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에 예술성을 찾아서 02

mavin의 작가 도전기

by MAVIN
그림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내가 더 잘 안다.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회사를 다닐 땐 명확하게 알았다. (UX/UI계열에서 종사했으니 사용자 입장의 디자인을 파악하는 게 처음엔 많이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부턴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회화로 들어와선 외부가 아니라 '내가 나를 더 잘 알아야 한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나는 사실 이런 것에 무감각해서 두리뭉실하게 그림 이쁘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그렸다. 하지만 그릴 때마다 유행에 흐려지는 그림 같고 내가 원래 이런 걸 그리고 싶었던 사람인가? 생각을 속으로 계속 되물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남이 좋다고 하는 것들에 맞춰서 살아왔다. 정확히는 나의 부모님에게 맞춰 살아왔다. 대한민국 내 나이 또래들이 느낄 트로피 같은 삶이다. 그래서 나를 파악하기보다 주변사람들이 좋아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업적인 그림에 진입하는데 어렵지 않다고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걸 그리면서 몸에 쌓이는 독 같은 것들은 빠져나갈 생각 안 하고 내부에 계속 쌓이니 어느 순간부턴 그리는 그림들이 내 그림 같지 않다는 게 너무 많이 느꼈다. 나를 정확하게 알아야 그림을 평생 그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한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림 그리는 지를 알려고 노력했다. 다른 작가분들의 그림들, 포스터들을 작업실 한편에 다 붙여놓고 어느 포인트에서 감상하면 좋은 건지 이걸 그리면서 이 사람들은 뭘 느끼려고 했을지 알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 노력으로 시간이 좀 지나 보니 내 그림을 진짜 좋아할 수 있는 어느 구석을 찾았다. 엄청 미묘하고 희미한데 그걸 더 부각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해서 그 지점부터 시작하자라고 마음먹었다. 그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어 책상밑에 들어가서 물총새를 그리던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내 그림에 대한 마음은 어디다 둬야 할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림 방향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이때 한 유명 연예인 작가분과 갤러리에서 만나서 몇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분의 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내가 연기생활할 때 옆에 박영규선배님이 계시고 정보석선배님과의 대화에서 내가 느낀 게 있어요. 연기생활에 대선배님들 입장에서 후배들이 아웅다웅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열심히 하는 것에 좋게 보시긴 하지만 결국 그분들의 연기세월에 한 조각이라는 거.' 이 말에 이어서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데 엄청 대단한 걸 의미 부여하지 말고 대단한 그림 선배들의 입장에서 우릴 바라보면 얼마나 귀여울까? 그냥 우린 우리대로 우리 다운 그림을 현재 시기에 맞춰서 그려보자. 그럼 됐지 뭐.'라는 말에서 나는 엄청 위안을 받았다.


이 말을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작가님께도 들었는데 내가 고민하던 건 '작가님 제 그림에서 감상의 여지를 두는 게 어떤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걸까요?'라는 엄청 두리뭉실한 질문을 드렸는데 작가님의 명쾌한 답은 '우린 그냥 이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 시대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 됩니다'라고 얘기해 주셨다. 예술의 사조를 공부하고 역사를 공부해서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라는 질문을 숱하게 혼자 되뇌었는데 이 질문의 답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내가 경험하고 그려나가야 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내가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 나와 같이 그림 그리는 모두들이 예술가일 수도 있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예술성을 찾는데 고수들의 그림들에서 답습할게 아니라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이 나 내가 경험한 것에서 출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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