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소수를 노려라
나는 다양한 기업 | 작은 브랜드부터 대기업까지 | 의 마케팅 기획에 맞춰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꾸준히 체감했다. 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그림은 생각보다 ‘평이한 형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 경향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형 기획사와 대기업의 접근 방식에서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단순히 ‘무난한 그림’만을 요구하던 기존의 패턴과는 다르게,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최근 작업 경험과 사례들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한다.
"이걸 누가 사?" — 취향 소비의 세대 흐름과 관찰
가끔 셀렉샵이나 길거리 상점을 지나칠 때, 나는 마음속으로 종종 이렇게 묻는다.
“이걸 도대체 누가 사지?”
그런데 실제로 그 자리에서 멈춰 지켜보면, 그 물건은 의외로 잘 팔린다.
이 경험은 내 주변의 한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 친구는 2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낸, 완구회사에서 디자이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상한 인형’만 골라 사 모으는 취향을 갖고 있는데, 10년이 넘도록 그 취향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화가 다변화될수록 개인 취향의 폭도 극단적으로 넓어진다.
밀레니얼 말세대 즈음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더니, Z세대에 이르러서는 “내가 좋으면 됐다”는 태도가 완전히 행동으로 나타나고 소비 패턴에도 깊게 반영되었다. A세대는 이를 더 세밀하고 디테일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세대로 묶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지금의 전 세대는 공통적으로 ‘취향 존중’을 우선한다. 심지어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꼰대’로 규정하며 배제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흐름을 관찰하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자신의 취향을 솔직하게 담아낼 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이는 취향이 사실은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되고, 그 구매층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트랙 혹은 그 이상
스톡이미지를 많이 보다 보면 혹은 팔다 보면 어느 정도 기준치가 생긴다. 저렴한 서비스인데 대다수를 만족시켜야 하고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올리다 보면 내 그림체도 어느 정도 기준치를 잡는다. 그걸 나는 포멀 한 그림에 의도하는 바만 담아낸 그림인 블랭크라고 정의 내리고 그린다. 뭘 그려도 어떻게 그려도 의도한 행위나 메시지만 전달하고 개성은 안 보이는 그런 그림. 그걸 갖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생각보다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한 달 한 달 삶을 유지하는 건 쉽지가 않기에 그런 부분 들을 밑바닥에 잘 깔아놓긴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저번에도 글로 풀어낸 적이 있다. 그렇다고 이 일만 하면 사실 포텐이 안 터진다. 그거 하려고 그림시작한 게 아니다. 나만의 감성이나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기 때문에 시작한 거라 나만의 그림체가 따로 있어야 한다. 전에는 막연하게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라 했지만 이젠 진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맞춰서 전문적인 지식도 같이 알고 있어야 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국인의 눈은 상향평준하
요즘 미국시장을 노리고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두 개를 진행 중에 있는데 어떤 게 어떻게 터질진 모르지만 즉각 반응이 일어나는 곳과 점진적으로 포텐셜 터질 곳 두 개를 두고 작업 중에 있다. 이건 기존에 스톡이미지를 팔면서 알게 된 노하우다. 즉각 반응이 일어나는 곳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어느 정도 그림이 나와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쪽 담당하시는 분도 그렇지만 말씀하시기를 '여기서 디자인은 취향차이예요.'라고 하면서 몇몇 사례들을 보여주셨다. 담당하시는 분과 나의 생각엔 퀄리티가 높지 않다. 이걸 팔면 팔리나? 싶을 만큼의 퀄리티인데 이걸 팔아서 다른 현지인들은 꽤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볼 때 높지 않은 퀄리티에 작업물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더 현실적이다. 한국인은 사치품에 가깝거나 나를 의미 부여하는 제품에 무게를 둔다면 미국인들은 목적의식이 분명한 제품을 필요로 한다. 이러나저러나 우린 한국인이고 한국 시장에 속해있으니 퀄리티를 올리는 게 맞다. 그러면 남들이 다 퀄리티 올릴 때 나도 올려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이젠 아니라고 본다. 미국시장을 보면서 내가 깨달은 건 우리가 뭔가 간과하고 놓친 게 목적의식이다. 이 그림을 누구한테 팔 건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 그러면 마이크로단위에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 마이크로단위의 소비자층도 한국에선 눈이 엄청 높다...
기업이 원하는 작가
같이 작업실을 운영하는 친구와 밥을 먹고 카페를 가서 인스타를 같이 구경하면서 다른데 뭐 있나 구경을 자주 한다. 근데 인스타 둘러보던 중에 이게 요즘 뜬다고 힙하다고 보라고 하길래 봤더니 그냥 개인이 하는 인스타 같은데 이상하게 PPL이 많이 붙어있었다. 조금 피드를 내려보니 현대자동차 인스타였다. 마치 개인이 하는 인스타처럼 인스타툰과 캐릭터로 재밌게 구성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층에게 스며들게 잘 만들었다. 전에는 기업과 작가가 콜라보한다. 혹은 협업을 한다.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진짜 그 작가를 전속작가처럼 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 경영 시스템이 갤러리처럼 운영하는 곳도 보인다. 어떻게든 작가들이 갖고 있는 힘을 활용해 숨어있는 소비층을 찾아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고 가치의 기준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유명해지면 좋을까? 좋다. 나는 좋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인데 앞으로는 이런 게 많이 없거나 있어도 극단적으로 잘되는 케이스만 존재할 것 같다. 중간층이 사라진다고 본다. AI의 활용과 경기 불황으로 외주업은 올해 최저치를 찍고 있다. 지금까지 유지하시던 작가님들도 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배달일을 하거나 회사로 다시 취업을 했다. 다행히 회사 취업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날 누가 써주지? 하는 위치에 가면 조금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최대 안 좋은 점은 누가 성공실화를 발표하면 '자~ 들어가자~~' 하면서 영화 한 장면을 연상캐하듯 다수가 다 같이 그 시장에 뛰어든다. 이게 웃긴 모습인데 진짜 웃긴 건 그 파이를 다 같이 나눠먹으면 이상하게 금액이 혼자 적게 할 때랑 별반 차이가 없다. 다 같이 들어간 시장에서 나눠먹은 파이가 너무 많이 나눠먹으니 진짜 먹을게 적어지는 거다. 하지만 여기서 시장이 확대되면 기업이 손을 댄다. 이 모습은 펭수가 인형탈을 쓰고 나오니 다음에 바로 어느 기업에서든 심지어 지역구 시에서도 캐릭터 탈을 쓰고 콘텐츠를 제작한다. 재밌는 현상인데 보는 사람들은 피로도가 심하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공유되면 안 본다. 이쯤 되면 잘 생각해 보자. 내 글을 보는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있겠지만 기업 내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다 같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나만 갖고 싶은 콘텐츠. 우리 기업만 진행 가능한 콘텐츠. 이런 걸 만드는 게 팬덤을 쌓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남들이 했던 콘텐츠 가지고 와서 나도 하면 될 거라는 심산을 앞으로는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소비층은 젠지와 알파가 맡아서 해야 하는데 트렌드 방향성에선 젠지와 알파는 밀레니얼과 소비방향이 아예 다르기에 조금 더 전략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참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