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의 신속항원검사가 어제 종료되었다. 팬데믹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국면이 이제 다른 챕터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년간 정말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나와 내주변에서 일어났다.
팬데믹 초기에 한국에 없어 마스크 대란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현지인들의 다양한 혐오행동과 말들을 경험했고 아직도 잊기 힘들다. 에티오피아에서 1호 확진자가 ‘하필이면’ 일본인이었다. 대구지역에 확진자 숫자가 폭발할 때 ‘대구’라는 지명을 에티오피아에서 쉽게 듣던 시절도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더이상 머물 수 없을 거라 생각해 ‘탈출(Exit Visa라는 걸 받아 그런 느낌이 강했다.)’ 한 후 도착한 인천공항은 그냥 텅 빈 느낌이었다. 그러나 도열한 군복의 군인들, 흰색의 방호복으로 온 몸을 감싼 관계자들이 보여주는 삼엄한 분위기 덕분에 내가 곧 맞이할 현실이 장난이 아닐 게 분명함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고 그 이미지는 한동안 내게 트라우마로 작동했다. 그때가 확진자 숫자를 손가락으로 셀 수 있던 때였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시 2주간의 격리기간 동안 비상식량 키트를 세 박스나 받았고, 격리하는데 힘들거라며 꽃 선물도 보내는 등 공무원들이 확진자와 해외입국자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이다. 도착한 다음날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갈 때도 관할기관에서 택시를 보내줘 타고 갔었다.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이 점차 강화되던 초기에 고속버스터미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모든 카페 의자들이 이용을 못하게 한쪽으로 치워져있었고 ‘공간’에 대해 꽤 진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벅스마저 마치 인테리어를 하다 만듯 가구들을 한쪽에 쌓아놓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생경했고 사실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런 풍경이 그날 하루만이 아니라 거의 2년이나 지속되었다.
*사진: 구글이미지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러운 일인데 사업초기에 카페 매장에 지인들이 놀러오면 커피도 안 주고 그냥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야기하다 헤어지는 일이 많았다. 아직도 난 상대방이 있을 때 마스크를 벗고 같이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팬데믹으로 생긴 변화 중 하나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상상할 수 없는 숫자로 대폭발할 때 멀찍이서 선별진료소의 풍경을 바라본 적이 있다. 저렇게 끝이 안보이는 긴 줄을 서며 검사를 받으러 가야할 날이 나한테도 곧 찾아오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내 일이 아니지만 곧 내 일이 될 거라는 공포감 비슷한 거였다.
며칠 전 일이 있어 같은 선별진료소를 지나칠 일이 있었는데 곧 신속항원검사를 종료한다는 배너를 보게 되었다. 아직 팬데믹이 어떻게 종료될지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는데 관계자들이 뭔가 마무리를 하는 모양새라 만감이 교차했다. 코로나에 한번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백신을 한번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실내마스크 착용 말고는 방역규제가 대부분 해제된다고 해서 많이 불안하다. 길거리에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 피는 사람들 숫자가 엄청 많아졌고, 함부로 침을 뱉는 ‘양아치 새끼들’도 엄청 많아졌다.
WHO에서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종료한다고 선포할 때(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반추할 일들이 생기겠지만 선별진료소 신속항원검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이런저런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신속항원검사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