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니 감개무량하다. 난 그래도 계속 마스크를 쓸 것 같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갑자기 팬데믹이라고 못하게 되면서 충격을 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 전부 다 전생 같다. 난 그 사이 직업을 바꿔 자영업자가 되어 그렇게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연구대상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로 팔고 있다.
팬데믹 덕분(?)에 장거리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질 수 있었고 이제 혼자 100km 이상도 타게 되었다. 비가 와서 자전거를 못탈 때 슬슬 조금씩 뛰기 시작했는데 이제 10km쯤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라면과 아이스크림,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좋아했는데 이제 잘 안 먹는다. 가뜩이나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더 잘, 혼자 놀 수 있게 된 것 같다. 팬데믹이 나를 이만큼 바꿔 놓았다.
팬데믹 시작되고 셀프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동양란(Korean orchids)을 키우기 시작했다. 혹시 키우다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환경이 잘 맞았는지 화분 네 개가 꽃도 피우면서 무럭무럭 잘 컸다. 내가 에티오피아에 간 사이에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이번에 놀러오신 엄마가 해결사가 되어주셨다. 에티오피아에 가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가끔 그 많은 인생의 선택지 중에 나는 왜 이런 인생을 선택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가서는 고생스러운데 돌아오면 다시 가고 싶고 그렇다. 에티오피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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