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앙>에서 커피의 여정을 떠올리다

by 윤오순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 갔는데 남자 주인이 손님이 다 듣게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혼잣말을 하면서 커피를 내려 살짝 웃음이 났다. 문득 주인장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Sweet Bean)>에서 키키 할머니가 남자 주인공이랑 처음 팥소를 만들면서 팥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나도 에티오피아 커피를 대할 때 할머니랑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한다.


“팥을 잘 모셔야 한다

밭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까


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것은 팥이 봐왔을 비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

어떤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를 듣는 일이지”



50년쯤 격리되어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의 삶은 정신적으로 피폐했을 것 같은데 할머니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서 그게 슬프고 또 감동스럽다.


맛있는 커피를 염원하며 커피를 내리던 로스터리 카페 남자 주인 머릿속에서도 쉴새 없이 저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오는날 #일요일오후 #sweetbean #일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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