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그거 해, 추앙!

by 윤오순


1년에 네번쯤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 주로 계절이 바뀔 때쯤이다. 내향형 성격이 확실하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내용을 아주 디테일하게, 또 오래 다 기억해서 이 친구가 내 이야기를 정말 잘 듣고 있구나, 안심하며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그런 친구다.


L: 네 목소리 들으니까 삶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너한테 당장 ‘추앙’이 필요한 것 같다.

나: 왠 추앙?

L: 너 ‘나의 해방일지’ 보라고 했더니 아직 안봤구나?

나: 그 추앙? 맥락은 잘 모르지만 들어는 봤지. 그게 왜 나한테 지금 필요한 것 같은데? 잘은 모르지만 한 번 해봐, 그 추앙!


친구는 나도 잘 몰랐던 내 장점을 한참이나 읊었는데, 갑자기 내가 정말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졌고, 열심히 잘 살고 싶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었다.


L: 드라마에서 손석구가 “나 오늘 너 추앙했다!” 뭐 그런 대사를 하는데 나도 오늘 너 추앙했다! 겨울에는 얼굴 보자.

나: 사랑은 주고 받는 건데 추앙은 워십(worship)처럼 일방적으로 올려치는 그런 건가봐? 나 이제 늙어서인지 나한테 직언해주는 사람들 다 귀찮아. 나한테 그냥 아첨하는 사람이 좋아. 너처럼 추앙하는 게 나랑 딱 맞아. 앞으로 계속 그거 해, 추앙!


#내친구L #추앙 #w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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