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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Sep 14. 2023

앞으로 계속 그거 해, 추앙!


1년에 네번쯤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 주로 계절이 바뀔 때쯤이다. 내향형 성격이 확실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용을 아주 디테일하게,  오래  기억해서  친구가  이야기를 정말  듣고 있구나, 안심하며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그런 친구다.


L: 네 목소리 들으니까 삶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너한테 당장 ‘추앙’이 필요한 것 같다.

나: 왠 추앙?

L: 너 ‘나의 해방일지’ 보라고 했더니 아직 안봤구나?

나: 그 추앙? 맥락은 잘 모르지만 들어는 봤지. 그게 왜 나한테 지금 필요한 것 같은데? 잘은 모르지만 한 번 해봐, 그 추앙!


친구는 나도 잘 몰랐던 내 장점을 한참이나 읊었는데, 갑자기 내가 정말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졌고, 열심히 잘 살고 싶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었다.


L: 드라마에서 손석구가 “나 오늘 너 추앙했다!” 뭐 그런 대사를 하는데 나도 오늘 너 추앙했다! 겨울에는 얼굴 보자.

: 사랑은 주고 받는 건데 추앙은 워십(worship)처럼 일방적으로 올려치는 그런 건가봐?  이제 늙어서인지 나한테 직언해주는 사람들  귀찮아. 나한테 그냥 아첨하는 사람이 좋아. 너처럼 추앙하는  나랑  맞아. 앞으로 계속 그거 , 추앙!


#내친구L #추앙 #w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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