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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Sep 27. 2020

나 잘 알죠?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은 분이 본인도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알아두면 좋을 커피업계 사람이라며  자리에 나오겠느냐고 해서 나갔다.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곱창집이라는데   나이(?) 먹도록 곱창, 대창 같은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어 식당 앞에서  무서웠다. 인사를 했는데 커피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그분이 대뜸 “  알죠?” 뜬금포를 날렸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사람 이름도 들어  적이 없다.

 살이냐, 학번이 어떻게 되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전공은 뭐냐, 결혼은 했느냐 같은  밥줄을  사람도 묻기 어려운 질문들을 서슴없이 해대는,  기준에서는 상당히 무식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기준으로 업계에서는 유명한지  모르겠다.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  업계가 얼마나 험한지 감도 못 잡을 텐데 혹시라도 커피사업을 하려면 나 같은 사람이랑 손을 잡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망하기 좋은  한국 커피시장이라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하며 밑천을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온 힘을 다해, 한치의 빈틈도 없이 혐오해주고 싶은  겨우 참고 일어나려는데 굳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줬다. 찝찝함이 이루 말할  .

영국에서 공부할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무료로 아프리칸 드럼 워크숍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궁금하던 차에 가게 되었다.  자리 친구랑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옆자리 친구가 “ 엠마야.”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여기 학생이냐, 무슨 공부를 하냐, 다양한 질문을 하다 내가 에티오피아 커피 관련 공부를 한다고 했더니 자기도 거기  봤다며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 이야기까지  짧은 시간에 진도를 뺐다. 아프리칸 드럼 워크숍은 그냥 그랬고 옆자리 친구와의 대화가 나는  신났는데 이유는  사람이 에티오피아에 대해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헤어질  알았다. 그녀가  유명한 엠마 톰슨(Emma Thompson)이었다는 것을....

 만남에서 상대방한테   알죠, 하려면 엠마 톰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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