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은 분이 본인도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알아두면 좋을 커피업계 사람이라며 그 자리에 나오겠느냐고 해서 나갔다.
그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곱창집이라는데 난 이 나이(?) 먹도록 곱창, 대창 같은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어 식당 앞에서 좀 무서웠다. 인사를 했는데 커피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그분이 대뜸 “나 잘 알죠?” 뜬금포를 날렸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난 그 사람 이름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몇 살이냐, 학번이 어떻게 되냐, 학교는 어디 나왔냐, 전공은 뭐냐, 결혼은 했느냐 같은 내 밥줄을 쥔 사람도 묻기 어려운 질문들을 서슴없이 해대는, 내 기준에서는 상당히 무식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기준으로 업계에서는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 이 업계가 얼마나 험한지 감도 못 잡을 텐데 혹시라도 커피사업을 하려면 나 같은 사람이랑 손을 잡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딱 망하기 좋은 게 한국 커피시장이라며 묻지도 않은 걸 이야기하며 밑천을 다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 온 힘을 다해, 한치의 빈틈도 없이 혐오해주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일어나려는데 굳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줬다. 찝찝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무료로 아프리칸 드럼 워크숍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궁금하던 차에 가게 되었다. 옆 자리 친구랑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옆자리 친구가 “난 엠마야.”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여기 학생이냐, 무슨 공부를 하냐, 다양한 질문을 하다 내가 에티오피아 커피 관련 공부를 한다고 했더니 자기도 거기 가 봤다며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 이야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진도를 뺐다. 아프리칸 드럼 워크숍은 그냥 그랬고 옆자리 친구와의 대화가 나는 더 신났는데 이유는 그 사람이 에티오피아에 대해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헤어질 때 알았다. 그녀가 그 유명한 엠마 톰슨(Emma Thompson)이었다는 것을....
첫 만남에서 상대방한테 나 잘 알죠, 하려면 엠마 톰슨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