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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Sep 28. 2020

하나후부키(花吹雪)를 아시나요...

일본 유학시절 입학 때부터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신 분이 계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호스트 패밀리 프로그램 덕분에 만났는데 말 그대로 가족처럼 나를 보살펴주셨다. 졸업식날엔 댁으로 초대해주셔서 1박 2일을 같이 지냈고, 떠날 때 이젠 이름을 부르지 말고 오카아상(お母さん, 일본어로 어머니를 의미한다)으로 불러도 좋겠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내 일본 엄마가 되신, 정말 각별한 인연인 분이다.

봄날의 도쿄가 그리워 일본의 오카아상에게 메일을 띄웠더랬다. 거긴 아마도 사쿠라 꽃비가 한창이겠지요, 하면서 말이다. 그때 난 말 그대로 桜雨(사쿠라아메)라는 표현을 썼다. 오카아상은 그럴 땐 花吹雪(하나후부키)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셨는데 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다는 의미이다. 내가 생각한 사쿠라아메보다 훨씬 낭만적인 표현이다. 오카아상은 덧붙여 사쿠라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들을 알려주셨다. 花筏(하나이카다)는 꽃잎이 수면에 떨어져 흘러가는 걸 뗏목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花吹雪(하나후부키)가 수면에 떨어진 후 뗏목처럼 흘러가는 걸 상상해 보라 그러셨다. 그리고 葉桜(하자쿠라). 꽃이 떨어진 후 푸른빛을 살짝 보여주는데 그때의 벚나무를 의미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쿠라로 시작되는 다양한 표현들을 찾아봤다. 연분홍색은 桜色(사쿠라이로). 심연에 사는 몸길이 4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새우는 桜えび(사쿠라에비). 사쿠라에비 스시를 먹을 때 늘 이름의 연원이 궁금했는데 이해가 되었다. 분홍 조개는 桜貝(사쿠라가이). 얇고 부드러운 휴지는 桜紙(사쿠라가미). 일본은 음력으로 달을 표현하는 이름들이 따로 있는데 예를 들어 5월은 五月(5월이라고 쓰지만 '사츠키'라고 읽는다), 음력 3월은 桜月(사쿠라즈키)라고 부른다.

커피의 발상지 에티오피아에 가면 커피 이름이 참으로 다양하다. 분나라고 하는 곳도 있고, 부나라고 하는 곳도 있고, 부노라고 하는 곳도 있다. 우리가 갈색이라고 하는 색을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로는 분나라고 표현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 열매만 따서 우리처럼 마시는 게 아니라 껍질도 말려서 먹고, 잎도 말려서 먹는다. 죽처럼 끓여 먹기도 하고, 커피가루를 버터에 굴려 먼길 떠날 때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한다. 할례 후 혹은 출산 후 상처에 커피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소가 배탈이 났을 때 커피를 여물에 섞어 먹이기도 한다.

사막이 흔한 곳에서 온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거긴 '모래'를 표현하는 말이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눈이 많은 나라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눈'을 표현하는 말이 수백 개라지.

우리가 흔히 아는 벚꽃이나 커피, 모래, 눈이 어떤 곳에 가면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일본의 국화이면서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게 사쿠라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일본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무궁화는 어떻게 한국의 국화가 되었을까? 무궁화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사쿠라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벌레 많이 생긴다는 거 말고. 풍류 한 가득 담은 이야기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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