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은 지역에는 눈이나 얼음을 부르는 표현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모래사막이 많은 지역은 모래를 부르는 표현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커피를 처음 경작하고 수천년 이상 마셔온 나라가 있다면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같은) 그 나라에는 우리가 아는 커피와는 분명 다른 커피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에는 소수민족이 80개가 넘게 사는데 커피를 ‘분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부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부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구라게족은 독특하게 커피를 ‘카흐와’라고 부르는데 카흐와는 아랍어로 와인을 의미한다. 우리는 커피의 생두(볶지 않은 커피) 만을 중요하게 취급하는데 에티오피아에서는 생두는 물론 커피 잎, 커피 껍질(husk) 등 커피나무의 모든 것을 버리지않고 음식으로 이용한다. 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요며칠 내 소셜미디어에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커피문화인 커피 세리머니(Coffee Ceremony)를 많이 소개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머니를 한국어로 ‘분나 마프라트’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 표현을 내가 한국에 처음 들여온 느낌이 든다. 나는 요즘 이 표현을 쓰지 않는데 완전히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분나 따뚜(ቡና ጠጡ, Buna Tatu)’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분나 타임’이라는 표현도 우리가 자주 쓰는 커피 브레이크처럼 현지에서 사용된다.
에티오피아에서 손님을 초대해놓고 우리 ‘분나 따뚜’ 혹은 ‘분나 마프라트’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커피의 발상지다보니 생두는 그냥 ‘분나’라고 하고 마시는 커피는 ‘미따따 분나’라고 하는데 주인이 웃으면서 “미따따 분나?”라고 묻고 내가 좋다고 하면 커피 세리머니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 일간지에 기고하면서 한국어로 분나 마프라트라고 처음 소개했는데 그게 지금에 이른 것 같다. 최근에 분나 마프라트로 검색을 해보니 한국의 커피 하시는 분들, 여행작가님들, 교수님들, 기자님들이 에티오피아 커피 이야기를 하면서 이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계셨다. 커피를 취급하는 음식점 상호명에 분나 마프라트를 쓰는 곳도 있고 그런 제목의 세미나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내가 무슨 권위자도 아니고 책임있는 공적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데 우리 이제 이 표현은 이렇게 씁시다, 라고 캠페인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면이든 인터뷰든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를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분나 마프라트 보다는 ‘분나 따뚜’라는 표현을 많이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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