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리 내가 보살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것이 알고싶다 1248회 [단칸방의 유령들]

by 오솔

엄마, 난 어제까지 돈 걱정 없이 사는 대학 동기들을 보며

우리 집이 제일 부족하다고,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지금처럼 이사 걱정하며 살지 않았을까.

작은 원룸이 아니라, 좋은 아파트에서 온 가족이 단란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

현관 계단이 꽁꽁얼어 난간을 잡지 않으면 집으로 오를 수조차 없는 곳이 있대요.

화장실과 부엌 개수대는 이미 꽁꽁 얼어 따뜻한 물로 녹일 수도 없어요.

아주 추운 겨울날이면 가끔 보일러가 얼기도 하는,

때때로 바퀴벌레가 나와 새벽 5시에 집에서 뛰쳐나오게 했던,

나의 그 첫 자취방은 사실 그들에게는 살고만 싶은 낙원 같은 곳이었을까요.

다시는 빌라에서는 살지 말아야지.

조금 돈이 더 들어도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가야지 했던 내 결심도

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겠죠.

엄마, 엄마는 종종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전화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쉬운 몇 번의 클릭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대요.

온몸에 마비가 오거나, 지능이 1~2학년밖에 안 되어도

장애인 등록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엄마, 세상에는 내가 이리 보살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엄마 엄마,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어렸을 적 꿈이 뭐냐는 사람들에 질문에

난 매번 세계평화라 대답했었잖아요.


난 지금 누군가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일까요?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게

내가 좀 더 많은 사람을 보살피고 품어줄 수 있게

더 넓은 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알고싶다 #1248회 #단칸방의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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