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는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160만명을 넘어선 사망자 수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로 늘고 있는 신규 확진자 수만큼, 마스크 쓰레기를 비롯해 플라스틱 사용이 폭증하고 있다.
이번 달 14일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종이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각각 29.3%와 15.6% 증가했다고 전했다. 스티로폼은 각각 12.0%, 비닐류는 11.1%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플라스틱으로부터 해방'이 올해 한국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수집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음료수 페트병 등 음식 포장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 세탁 세제 통과 샴푸 용기 등 가정용 제품이 가장 많았다. 모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상품들이었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지만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질 않기 때문에 쓰레기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양환경 단체인 ‘오션스아시아’는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한 일회용 마스크 15억 6000만 개가 올 한해 전 세계 바다로 밀려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마스크로 인한 해양 오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증가한 전체 플라스틱 소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 바다로 밀려 들어가고 있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센터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염병의 감염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제2의 코로나'가 발생해 인류에 엄청난 재앙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담하건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대규모 감염병이 또 발생할 것입니다. 코로나 19보다 규모가 클 것이며, 1918∼1919년 전 세계를 휩쓸어 5천만~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만큼 지독한 충격을 안길 것입니다.”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훨씬 더 덥고 습해졌다. 지난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0.85도 상승했지만, 비슷한 시기(1912∼2017년) 한반도는 1.8도나 올랐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 폭이 지구 전체 평균의 2배 수준에 하는 것이다.
12월 1일부터 서울환경연합에서 주관하는 ‘플라스틱 일기’ 캠페인에 참여하여 하루에 사용한 플라스틱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를 쓴 첫 날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식료품을 포장했던 포장재, 일회용 반찬 용기, 택배 완충재(뽁뽁이) 등 내가 하루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의 양이 생각보다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환경에 보탬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지켜보며 난 매일 괴로워했다.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기 위해 카페를 갈 때면 꼭 텀블러를 사용하고, 생수 정기배송을 끊고 수돗물을 끓여 마시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는 매일 늘고 있었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깨달았던 것은 쓰레기의 주범이 ‘소비’라는 것이었다. 음식이던, 물건이던 한 번의 소비를 할 때마다 적게는 몇 개, 많게는 수십 개의 쓰레기가 생겼다.
집안을 둘러봤다. 6평 남짓한 작은 원룸에 공간이 거의 없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붙박이장 안에는 빈틈없이 옷과 가방이 가득 차 있고, 책꽂이에는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이 겹겹이 꽂혀있다. 부엌은 더 가관이었다. 1인 가구에게는 과할 정도로 많은 10쌍의 나무 수저 세트와 찬장을 가득 채운 새 유리컵들이 줄지어있다. ‘식기류는 쓸 일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친환경 소재라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핑계로 사들였던 것들이다. 필요해서 샀다고 생각한 이 물건들이 과연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일까. 물건을 살 때마다 이 물건의 필요를 가지고 안일하고 게으른 자아와 더 싸우지 않고, 그 검열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이제는 소비의 필요를 논할 때가 아닌, 얼마나 덜 소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야 할 때가 됐다.
이번 달 나에게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끔 해준 영화를 꼽으라면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다. 이 영화는 절친인 친구 ‘폴’과 ‘토니’가 홧김에 모든 것을 버린 후 하루에 물건 한 개씩만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텨야 하는 내기를 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힐링 공감 코미디다. 영화의 주인공 ‘폴’과 ‘토니’는 신제품은 모두 가진 얼리어답터이자 센스있는 패션센스를 가진 멋쟁이의 표본이다. 그들의 집은 새로 배달온 택배들로 가득 차 있다.
‘폴’과 ‘토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전쟁‧미래‧생존 등을 위해 살았던 윗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과거에 부족했던 모든 것을 향유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평균 10000가지 물건 혹은 그 이상을 갖고 살아간다. 우리가 행복을 위해 선택한 소비들은 수많은 쓰레기를 낳고, 그 쓰레기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내 몸을, 그리고 우리의 지구를 괴롭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모두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그리고 플라스틱 일기를 쓰면서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첫째, 내가 가진 것들의 리스트를 정리해본다. 충동적으로 소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까운 드럭 스토어를 찾았다. 30%이상 할인하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사면 왜인지 기분이 나아졌다. 내 화장대를 본 친구들은 ‘뷰티 유튜버’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고, 난 사실 그 말이 싫지 않았다. 하나씩 채워져가는 화장대가 좋았고, 가끔 친구들에게 쓰지 않는 화장품을 나눠주며 뿌듯해했다. 빈공간은 다시 새 화장품으로 채웠다. 공간이 없으면 정리함을 샀다. 흔히 말해, 난 정말 소비에 최적화된 인간이었다. 나의 생활이 되어버린 이 패턴을 어떻게 바꿀지 막막했지만, 이제라도 내 심각성을 알았으니 하나씩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야 적을 안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알아야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알 수 있다. 쌓여있는 화장품을 세어보니 50개가 넘었다. 처음에는 좌절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기가 생겼다. 더 이상 이 의미없는 쓰레기들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라. 그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난 이제 더 이상 기초제품 외의 화장품을 사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나에게는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더 많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실천을 계속해나갈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
둘째, 더 나은 물건이 있다고 해서 지금 충분한 물건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본가에서 그릇세트를 챙겨왔다. 어렸을 때부터 썼던 거라 이가 나가 있기도하고, 숟가락으로 싹싹 바닥을 긁었던 흔적도 있다. 또, 유독 촌스러워 보이는 꽃무늬가 미워보였다. 유명 브이로그를 보면 예쁘게 코팅된 형형색색의 그릇들이 부러웠다. 새 물건들을 보면 지금의 내 것보다 나아 보이고 예뻐 보이기 일쑤다. 하지만 사실 나는 껍데기를 부러워했던 것이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알맞게 사용할 수 있다면 새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나의 것에는 새것에는 없는 익숙함이 있고, 그 그릇을 사용했던 추억이 있다. 난 이제 내가 가진 것 자체를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
셋째, 알맹이만 소비하기로 했다.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곳이 생겼다.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이다. 이곳에서는 무포장 제품만 판매하며,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세제나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모두 친환경 대용량 제품으로 채운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한다. 수많은 화장품 용기들을 보고 고민했다. 저것을 다 써도 결국 공병은 쓰레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로션이 필요해서 구입하면, 또 쓰레기가 남을 것이다. 이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알맹상점의 회수센터였다. 내가 가진 공병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회수센터에 가져다주면, 용기를 가져오지 않은 손님들에게 별도의 포장재 대신 제공이 된다. 그리고 나 또한 빈공병을 가지고 가서 샴푸부터 올리브오일까지 다양한 생필품들을 포장재 없이 구입해 올 수 있다.
알맹상점은 매시간 공병들 든 손님들로 붐빈다. 차례차례 리필스테이션에서 필요한만큼만 무게를 달아본 후에 내용물을 구입하고, 서로의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팁을 나누기도 한다. 우리의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나의 실천도 아직은 미비할 수 있지만, 우리 지구와 인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작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점검하고, 그것들을 좀 더 사랑할 것이다. 지구와 내가 행복한 내일을 위해, 껍데기야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