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원한 맘을 사랑하나봐

끌림

by 오솔

안녕? 오늘 기분은 어때?


너와와 기분 좋은 주말을 보내고,

다시 새로울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에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



어제의 하루는 아주 완벽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와 빈틈없이 시간을 보냈고, 영원과 평생에 대해 쓴 서로의 글을 읽어주면서 하루를 마무리지었잖아. 그때 휴대폰에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윤지영의 <문득>이라는 노래도 흘러나오고 있었어.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아주 행복해.



혹시 내가 말해줬던 <블랙미러>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기억해? 이 드라마는 눈부시게 발전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데, 발전한 과학 기술 덕분에 풍요롭고 화려하게 살아가는 생활과 아주 어두운 인간의 본성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어. 연출자들의 상상력과 옵니버스식이지만 탄탄한 세계관이 정말 흥미로워. 너는 sf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야.



난 한동안 이 드라마에 미쳐 살았어. 알지, 난 아주 어둡고 희망과 미래도 없는 그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진 스토리를 좋아하잖아. 모든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깊게 남는 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샌주니페로>라는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해. (만약 아직 보지 못했다면 블랙미러, 시즌3 네 번째 에피소드야! 추천할게.)


너에게 처음 샌주니패로 이야기를 했을때, 단어 세 개를 카톡으로 보냈었는데. 혹시 기억해? 네가 이 단어를 떠올리면서 봤으면 좋겠어.



- 찰나의 각인.
- 영원한 시간.
- 사랑



이 드라마에서는 영원한 시간,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난 '영원한', '영원히'라는 말을 아주 어색해했어. 영원한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어. 특히 사랑, 우정, 애정은 영원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영원이라는 단어는, 철학사전에서 '보편적인 진리처럼 그 의미나 타당성이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 다시 말해 '사랑'이 과연 보편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가득찼었어.



우리의 사랑은 진리다.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불신했어. 하늘이 점지해준 인연이라고 하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도 결국 그 사랑은 뒤틀리고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생판 모르는 사이로 살아온, 너무나 다른 두사람이(그 연인이) 나누는 감정이 보편적인 진리라고?



하지만 샌주니페로에서 찰나의 각인으로 이어진 요키와 캘리는 결국 영원의 시간을 선택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여행을 떠나. ‘내가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사랑은 영원한 보편적인 진리는 무슨, 한낱 역할놀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점철됐을 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내 모든 걸 뒤흔들어놨어.



그리고, 너를 만났어.



oo아, 만약 우리가 샌주니페로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온 몸을 진동시키는 음악과, 우리를 잔뜩 닳아오르게 하는 술들.아주 파랗고, 쨍한 보라색으로 빛나는 조명이 가득한 이곳에 도착해서, 서로의 시간을 아주 재밌게 흘려보내고 있을거야. 나는 아마 포켓볼이나, 여러 사람들과 모여 게임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 너는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는 곳을 찾아 노래를 들으며 벽에 살짝 등을 기대 서있었을까?



아주 지독하게 유흥에 젖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도,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무색하게,
우리는 아주 잠깐을 마주한 그 찰나의 순간에 사랑에 빠졌을 거야.

잠시의 불행으로, 잠깐의 머뭇거림으로 잠깐의 거리가 생길 수도 있었겠지?
이 드라마의 두 사람처럼 말이야.

하지만, 온 시간을 뒤져가며 서로를 다시 찾을 거고,
시간이 뒤섞이고 공간들이 뒤틀려도 애타는 마음으로 널 찾으러 다닐거야. 순간의 각인은 절대 쉽게 풀리지 않으니까. 그리고 억지로라도 그 사랑을 풀고 싶지 않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요키와 캘리처럼, 힘차게 달리는 차를 타고 이 지구 더 깊이, 더 먼곳으로 여행을 떠날거야. 너와의 영원한 시간을 꿈꾸며, 서로의 영원한 사랑과 애정을 약속하며 서로를 바라보겠지.



이 장면에서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벽 끝, 그곳에서 차를 타고 질주하는 그들. 당장 앞에 있는 무언가보다는 서로의 얼굴을, 눈동자를 마주 보던 그 둘 말이야.


서로에게 푹 빠져 주변이 통 보이지 않고, 버스나 길에서 무심코 뽀뽀를 해버리는 일을 저질러버리곤 하잖아. 또 아주 놀라곤 하지. 마스크로 아무리 얼굴을 가려도 동그랗게 커진 눈은 아주 티가 나겠지만, 우리는 이마저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아.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지독하게 사랑하고, 매분매초가 아쉬워 뒤돌아서자마자 서로를 찾는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어떤 사람은 일반적인 연인사이의 잠깐의 불타는 시기라고 치부해버리지만, 우리는 아주 다르니까.


영원이라는 단어는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했었잖아. 영원한 애정에 대해 이야기 했던 우리의 글을 읽다보면,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웅얼거렸던 밤들을 떠올리다보면, 우린 계속 서로가 서로의 미래에 있길, 우리가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걸 느껴. 사실 시간 속에서 사는 우리기에 지금의 시간이 지나 서로의 모습과 상황이 조금씩 변해갈 거야. 이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의심이 생기기도 할테고, 잠깐의 불행이 찾아오기도 하겠지. 하지만 두렵지 않아. 이런 마음이 비에 젖어도, 저 바다로 더 깊이 더 멀리 잠수를 해도 사랑할 거야. 어떤 모습이든 이 마음은 영원할거야.


사람들은 말해. 천국에서야 사랑이 영원하다고.
그런데 우린 여기서 천국을 만들거야.
천국은 여기 존재하는 것이니까.


절벽 끝에서도 앞이 아닌 서로를 마주봤던 델마와 루이스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 끝으로 달리는 차를 타고 달리는 요키와 켈리처럼,
너를 향한,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애정을 약속할게.


어떤 마음이라도 좋아.
우리가 함께 세상 끝으로 걸어 들어가자.

더 깊이- 더 멀리-



영원한 사랑을 담아,

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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