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떼는 통하지 않는다

by 오솔

나의 주말을 꽉 채웠던… 탈도, 흥도 많은 도쿄 올림픽.

오늘은 올림픽 무대 위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본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3개의 ‘금빛 배지’를 단 시몬 바일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돌연 출전을 포기했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지 못했다.

조금 후에는 '1차 시기에서 부상을 입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과 올린

“때로는 정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글을 읽고서야 비로소 그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우려하던 결과였을까.

도쿄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부터

유튜브는 온통 그녀의 리우 올림픽 경기 영상으로 도배가 되었고.

각종 매체에서는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6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난 성적과, 컨디션, 일상을 들먹이며 각종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의 체조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어느 순간부터는 무거운 족쇄가 되어 선수가 단단히 단련한 정신에 균열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고 떠오른 또 한 명의 선수,

태극기를 가슴에 품은 채 도쿄로 떠난 ‘안산’.

세계적인 무대에서 8연패의 신화를 써가던 종목의 국가대표라는

무거운 책임이 얼마나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지 쉽사리 가늠이 되지 않는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장면은 그리 잘 그려지는데 말이다…)


한 발로 승자를 결정하는 슛오프에서도

특유의 옅은 미소로 담대함을 보여준 그녀지만

결국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가 오른팔로 눈가를 쓸 때는 나도 괜시리 눈가가 뜨거웠다.

그동안의 고된 훈련과 무거운 책임을 견뎌낸 대가로 얻어낸 3개의 금메달.

그 메달을 걸기까지 시간이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온 국민이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당연할 텐데.
우리나라는 그리 상식이 통하는 곳은 아닌가 보다.

안산 선수의 SNS로 날아들고 있는
각종 혐오표현과,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글들을 보고 기가 찼다.

숏컷이라는 이유로,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 정의하며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남성들.

언제부터 여성의 짧은 머리가 금메달을 반납해야 하는 문젯거리가 됐는지.
웅앵웅, 오조오억 이라는 인터넷 유행어들은
여성들이 많이 쓴다는 이유로 메갈 용어로 둔갑해
함부로 쓸 수 조차 없는 금기어가 됐는지.

이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젯거리’를 양산해

사회를 억압하려는 그 좁은 속내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에서 분명히 들켰다.

해외 언론은 이 문제의 내용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 반응은 당연하다. 그들의 생떼일 뿐이니.

그럼에도 우리나라 남성들은 자신들의 추측을 기정 사실화하고,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양궁 협회가 자신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을 강요한다.

자신들의 말에 어떤 논리도, 상식이 없다는 것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생떼로 얻어낸
GS, 스타벅스 등 몇 기업의 사과와, 맥없이 이뤄지는 여성 임원의 인사이동을 보며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어린애 마냥 떼를 써서 다시 그 승리의 기분에 취하고 싶을 뿐이겠지.

더 이상 그들의 생떼를 받아줘서는 안 된다.
한두 번의 용인이 낳은 이 사태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가.

남성들이여, 언제까지 당신들만의 세계에 갇여 있을 것인가?
이미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제발 좁은 방구석에서 나와 세상을 봐라.
당신들이 아무리 그 문을 닫으려 해도, 우리들이 그 문을 열어젖힐 거다.
이번엔 절대 당신들의 말도 안 되는 억지가 통하게 두지 않을 거다.

#안산 #무조건 지켜
#여성 #여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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