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막뚱이 May 29. 2023

우여곡절 이야기-가정의 달-5월

가정의 달의 추억

5, 가정의 달이 되었다. 이젠 어린이날 자체의 설렘보다는 빨간 날이 주는 기쁨이  커져버린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가정의 달이면, 학교도 여러 행사로 떠들썩했다. 각종 가족 관련 숙제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내겐 긴장의 5 이기도 했다. 제일 두려웠던 숙제  하나는 바로 가족신문 만들기. 다른 숙제들은 기꺼이 했지만, 가족과 관련된 숙제는, ‘가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심장이  떨어질 것만 두려운 존재였다. 어린 시절의 위기는 귓가에 쿵쿵 울렸던  심장소리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말 잘 듣는 어린이였던 나는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며 그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그때의 경험이 쌓여 말 맞추기, 갖다 붙이기(?)를 잘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코팅을 해서 아직 남아 있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가족신문에는 우리 가족의 장점을 쓰라는 칸이 있었다. 희한하지만, 그 칸에 나는 “가족에 수가 많다”라고 적었다. 시골에 자랐던 나는 부모님이 안 계셨던 대신, 조부모님이 계셨고, 같은 동네에  할아버지 동생 네가 계셨다. 그때는 그런 촌수 구분 없이 모두 삼촌, 고모였으므로 작은할아버지, 작은 할머니 등 모두 영끌해서 모두 가족이라 쳤던 것이다. 그 당시 나의 가족 테두리는 무척 넓었고, 우리 집이 큰 집이라 여러 친척들이 왕래했다는 점은 유년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별 걸 다 자랑하는 유년 시절, 친척들이 많았기에, 내겐 모두 가족이었기에 꿋꿋했다.


최근엔 할아버지의 누님, 즉 내겐 고모할머니 댁에 할머니, 언니와 함께 방문했다. 인근 지역에 살고 계시는 고모할머니는 내 입장에선 거의 10년 만에 뵌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대학을 가기 전만 해도 고모할머니께선 늘 제사에 참석하셨지만, 할아버지의 누님인 만큼 연세가 많으셔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사에 참석을 못하고 계셨다. 할머니와 언니는 고모할머니댁으로 종종 찾아뵈었던 모양인데, 이번엔 고모할머니네 결혼식이 있어 다 같이 축의를 하러 간 것이었다. 내 입장에선 되게 오랜만에 뵈었음에도, 어색한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우리 할머니 외에도, 내 새끼라고 불러주시는 존재가 계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고모할머니도 지난번 제사 때 친척들의 레퍼토리(?) 마찬가지로, 우리 집 식구들이 다 예쁘다니까라는 뿌리에 대한 자부심&덕담을 하셨고, 시간이 늦어 우리는 짧게 있다가 떠났다. 방 밖으로 나서는데, 고모할머니는 우리 할머니가 너무 고생이 많았다며 눈물을 잠깐 훔치셨고, 왠지 나는 내가 나이가 든 만큼, 어른들의 세계도 이제 역사가 되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시절 넓었던 나의 가족 세계가 어른이 되며 다시 줄어든 것도.

  

5월은 가정의 . 결혼식도 많아 새로운 가정이 많이 생기는 축복의 달이기도 하다. 결혼식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어른의 세계로 편입되어 가는  당연한 일이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요즘엔 결혼식에 가면, 양가 부모님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까. 가족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커지고, 줄어들고 하는  알면서도, 내가  섭섭하다. 그리고 남들과 다를  결혼식의 모습, 가족신문과는 비교할  없을 ‘가족의 행사 걱정되고. 지금의 고민도, 나중에 가서는 웃으며 추억하겠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보다는 가정의 달을 맞아 지금 가족들과   있는 일을 생각해 봐야겠다. 



#에필로그

가정의 달 끝물에 지각생의 마음으로 올리는 가정의 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서, 늘 그 고민을 하거나 그 고민에서 도피하느라 또 자신 있는 스킬, 미루기를 발동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늘 제가 안 따라줘서 고민입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단어가 늘 제게는 뭔가 가볍지만은 않은 단어 같아요. 그런 단어들이 몇 개 더 있는데, 이렇게 쓰면서 응시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 늘 조금씩 응원을 눌러 주시는 분들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이제 5월 끄트머리지만, 오히려 이런 때 복습하는 마음으로, 가족이라는 단어, 가정이라는 단어 한번 떠올리시는 계기가 되는 소소한 바람입니다.   





이전 06화 오늘조손-드라마가 끝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