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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뚱이 Mar 26. 2023

오늘조손-드라마가 끝났다

“자꾸자꾸 보다 보면 재밌어져”


자꾸자꾸 보다 보면 재밌어져.”


최근에 보던 드라마 세 개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끝났다. 드라마가 끝나면 새로운 드라마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드라마든 끝나면, 평소 그렇게 열심히 챙겨 보지 않았던 드라마라 하더라도 괜히 먹먹해진다. 정들었던 드라마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뒤에서 제 몫의 역할을 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함께 완성했을 스태프들의 사진을 볼 때 그 먹먹함이 고조된다. 드라마가 끝난다는 것은 드라마 제작 과정 동안 함께 했을 사람들이 이제 흩어질 시간이라는 뜻이니까. 이상하게 드라마 자체 내용과 배역보다는, 드라마 뒤에 사람들 배우들, 감독, 작가, 촬영팀 등 스태프들에 마음이 이입된다. 내가 보는 일일드라마는 대체로 해피엔딩이기 때문일까.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각자 현실의 삶을 살아갈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시즌이  미국드라마 같은 경우, 배우들의 성장과 노화가 시즌마다 느껴지는데, 처음엔 나보다 어렸 등장인물이 어느새 나보다  나이가 들어버리면, 슬퍼진다. 시즌이 길면, 보다가 지쳐 나중에는 우정으로 보기도 하지만, 마지막화는 내용이 아무리 유쾌하고 따뜻하더라도, 슬퍼진다. 특히 프렌즈 마지막 화를  때는 마음속으로 오열했다. 취업 준비생의 새벽 감성 한 스푼을 더한, 슬픈 이별이었다.


아무튼, 요즘  유명한  글로리도 유튜브 숏츠로 보는 내가 막장으로 일컬어지는 일일드라마는 꼬박꼬박 챙겨본다. 할머니가 보기 때문에 나도 본다. 집에 다시 돌아와서 새로 생긴 일상 장면이 바로 일일드라마 보기. 갈수록 매워지는 신박한 줄거리에, 돌싱맘, 배다른 자식, 출생의 비밀  어떤 유행의 흐름이 보이는, 보다가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하는 드라마지만, 할머니랑 같이 드라마 논평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할머니 드라마 세계 속에  빠져 등장인물을 같이 욕하고, 수술이  끝났다거나 하는 장면엔 함께 박수를 치고, 드라마 내용 자체보다는 가끔은 이런 드라마 시청 행위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가끔 집에 늦게  드라마를 놓치는 날이면 드라마 내용이 사실 크게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할머니한테 내용을 여쭤본다. 미리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할매  오늘 드라마  보니까 할머니가  보고 말해줘야 해.”라고. 그러면 할머니는 내가  말을 좀처럼 잊지 않기 때문에,  담아두기 때문에 내가 집에 오면 드라마 보따리를 풀어낸다. 할머니께 드라마의 전개를 듣는 이런 과정 그 자체가 즐겁다.


 할머니도 혼자 보는 것보단 나랑 봐야 재밌어하신다. 닭은 스마트폰을 주로 하며, 드라마를 건성으로 보기 때문에 할머니도 내가 집에 없는 날엔 드라마를 같이 볼 사람이 없어 아쉬워하시기도 한다. 할머니랑 나는 드라마 친구인 셈이다. 드라마 내용도 중요하지만, 드라마의 재미는 역시 이렇게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현실 세계의 논평에 있는  같기도 하고. 참고로, 회관에서 악역으로 주로 등장하는 배우가 나오면 할머니들끼리 비속어가 난무하 난리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 듣는 것도 재밌다.


막장드라마라 하더라도, 평일, 주말 저녁 시간을 맡아주던 드라마가 끝났다. 드라마가 끝나면   없이 새로운 드라마가 등장한다. 일일드라마는 보다 보면  아는 얼굴들이 등장하지만, 새로운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에 정을 붙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할머니한테도 유독 이번에 보던 드라마가 한꺼번에 끝난  같아 “드라마 보던   끝나서 아쉽지?” 하니, “새로운 드라마도 자꾸자꾸 보다 보면 재밌어져하신다.

 

끝을 아쉬워하고 새로운 것에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나로서는, 어떤 변화든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었다.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 대학생활,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대학 가서 만난 친구들도 서울생활, 대학생활로 신나 보였지만, 나는 신입생 시절, 지금 이맘때를 생각하면 가라앉았던 나의 마음이, 마음을 붙이지 못하도 티는  내도 혼자 떠다녔던 마음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이런 변화의 시기가 나로서는 할머니의 말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드라마가 끝나면 늘 아쉬움이 조금씩 남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할머니와 함께니까 새로운 드라마 세계로 함께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 할머니 말대로, 뭐든 자꾸 보다 보면 재밌어지니까. 그런데, 할머니, 새로운 드라마 보다 주무신다. “할매! 드라마 재미없지?”, “으응. (쿨쿨)”


참고로, 주말에는 전국노래자랑, 월요일은 가요무대. 방송 시청 일정이 빡빡한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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