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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뚱이 Mar 12. 2023

오늘조손-마음이 만난다

간식의 기쁨



마음이 만난다-간식의 기쁨


직장생활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동료와의 대화, 점심시간, 아니면 월급날? 내게 가장 즐거운 순간은 바로 간식시간이다. 종종 회사에서 간식을 받곤 한다. 주로 떡, 빵, 컵과일 같은 것들인데, 그걸 먹지 않고 고이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사냥에 성공한 사람의 뿌듯한 마음으로 든든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우리를 기다리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 할머니께 간식을 짜잔 하고 꺼내 보인다. 대게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냠냠 맛있게 잡수신다. 그렇기 때문에 간식이 생기면 할머니 드릴 생각에 더 감사하고, 나만 먹을 수 있는 쿠키 같은 것보단(우리 할머니는 은근히 까다롭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약밥이나 떡이 더 반갑다.


가끔은 할머니도 회관에서 받은 간식을 짜잔 하고 건네신다. 주로 요구르트, 바나나 같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면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맛있는 저녁을 보낸다. 닭도 마찬가지로 종종 직장에서 간식을 챙겨 온다. 어느 날은 나랑 닭이 각자 챙겨 온 떡이 종류뿐만 아니라 가게도 같아 함께 빵 터진 적도 있다. 저게 우리 지역 맛집인가 보다 하면서.


사실 이 장면은 역사가 길다. 급식을 먹기 시작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사셨으면서 오히려 나보다 먹어 본 음식이나 가본 곳이 적다. 그래서 급식에 떡 같이 소포장된 간식이 나오면, 자연스레 할머니 떠올랐다. 아이들 볼 세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어 하루종일 신나는 마음을 품고 있다가, 간식을 건네줄 순간을 기다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교하곤 했다. 할머니 또한 시장에 채소를 파셨던 시절, 지인이 사준 순대나 붕어빵을 맛만 조금 보고는 우리를 위해 소중하게 싸 오셨다.


어느새 간식 보릿고개를 넘어 간식 풍년이 왔다. 가끔 왜 안 먹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먹어버리는 것보단 할머니에게 드리는 기쁨이 더 크다. 사정을 어느 정도 아시는 분들은 할머니 드리라며 남은 간식을 따로 더 챙겨주시기도 해서 배로 감사하다. 그건 닭도 마찬가지(인복에 감사하다). 이제는 어른이니까, 조금 더 당당하게, 약간의 창피함을 무릅쓰고, 챙겨 온 남은 간식은 온 가족의 기쁨이 된다. 할머니는 요즘 먹을 게 쎄버렸다며(많다는 의미) 본인이 호강하신다며 기뻐하신다. 우리도 할머니가 잘 드시는 할머니라 기쁘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맛있는  보면 제일 먼저 생각 나는 사람. 맛있는 식당에서 음식  숟갈 뜨자마자 생각나는 사람. 이제 간식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가족을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어 기쁘다. 이렇게 마음이 만나는 순간들, 매일이  헨리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중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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