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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뚱이 Mar 01. 2023

할로몬의 선택

자리 논쟁과 할로몬의 결정



닭과 나는 여전히 싸운다. 가끔 몸싸움도 벌인다. 다들 자매라서 좋겠다고들 하지만, 자매라서 더 열심히 열렬히 싸운다. 지난번에 언급한 아기 논쟁에 이어 자는 자리 위치 선정을 두고도 닭과 나의 옥신각신이 끊이질 않았다. 자리를 둘러싼 다툼을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 자는  자리 배치는 주로 할아버지---할머니였다. 서로 마주 보며  적이 없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등을 돌리고 누우셨,  가운데를 우리가 채웠. 할머니는 파리채, 효자손   안의 각종 물건을 사랑의 매로 활용할  아는 굉장히 무서운, 호랑이 할머니였음에도 권력자라 그런 것인지, 할머니 옆자리는 인기가 많았다. 어쩌면 해가 질 때까지 밭일을 하시는 할머니라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뿐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할아버지껜 죄책감을 느꼈지만, 글자를 쓸 줄 아는 나이가 되면서 누가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  것인지 자리 정하는 표를 그려 벽에 붙여놨던 기억도 있다. (그때부터 J 인간의 기질이 강했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자리 배치가 바뀌어 할머니-- 이렇게 눕게 되었다. 나는 우리 집 막둥이로서 가운데 자리를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친척 언니는 나의 그런 가운데를 향한 집착을 보며, ‘귀신이 가운데 좋아한대,라고 말하면서 며칠  밤을 설치게 만들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성장기를 보내고, 대학 생활, 직장 생활을 거쳐, 다시 집에 돌아오니, 자리 배치 논쟁이 다시 불이 붙었다. 나는 난방이 필요한 겨울이 되기 전까진(더위엔 강하고 추위엔 약해, 더위엔 에어컨 없이 버틴다), 다른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무렵에 방에 오는  좋아하기 때문에, 세팅되어 있던 내 이불과 베개를 차지하며 옆에 붙어 있는 닭을 옮기는  일이 되었던 . 초반에는 할머니가 내가 오랫동안 따로 살았으니, 떨어진 세월을 감안해 할머니의 옆자리는 나한테 양보하라는 기조였지만,  또한 완강했다.


그런 옥신각신 끝에, 할로몬(할머니+솔로몬) 결론을 내렸으니, 가운데는 이제 할머니가 자고, 양쪽 옆자리는 각각 , 내가 쌍 나란히 누우면 된다는 . 그동안은 할머니가 화장실에 가깝게 자기 위해서  바깥에서 주무셨지만, 집의 평화를 위해 결단을 내리셨다. 할머니는 무엇보다 우리가 싸울  가장 속상해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싸울  원천 차단하거나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생각보다  소리가 자주 나는 집이다. 우리는 견원지간아니 견계지간..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육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후로는 할머니는 자신의 선택에 대만족 하시며, 무엇보다 양쪽으로 이불을 챙겨줄  있음에 기뻐하신다. 할머니는 해가 지면 이불 단속하느라 바쁘신데, 행여 감기라도 걸릴 세라 이불을 열심히도 덮어주신다. 조금 말하기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삶도 있다고, 닭과 나 스스로도 ‘21세기에 이런 집이 다 있어’ 하며 가끔 어이없어하는 우리 집 일상을 나누고 싶었다. 집마다 각자 다른 삶의 모습이 있을 테니까.

  

  할로몬은 ‘많은 당신의 모습에 흡족해하시며, 그 밖에도 종종 여러 꾀와 삶의 지혜들을 나눠주셨고,  나는 할로몬의 지혜들을 열심히 수집하고 있으니, 술술 풀어내야겠다.




에필로그

2023년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2023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3월은 개학, 신학기가 있어 또다시 학생이 아닌데도 또다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글은 글 쓰고자 했지만, 지난 1, 2월 제 나름대로 일상이 살짝 휘청거릴 정도의 큰 변화와 고민거리가 생겼고, 쓰고자 그리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아직 결론이 확실히 난 것은 아니지만, 역시 혼란을 잠재우는 건 글쓰기고,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할로몬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 시작입니다. 할머니를 관찰하며 수집한 여러 꾀들을 조금 더 공유하겠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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