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안부 인사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종종 생각은 났지만 생각만 하고,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네요. 브런치로 돌아와 한 자 한 자 쓸 말을 다듬으며 먼지를 터는 기분입니다. 대학생이 된 후 집을 떠나 왠지 자의든 타의든 이리저리 떠돌고 있습니다. 역마살이란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역마란 것도 상대적인 것이라서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같은 곳에서 2년 근무하는 동안 4번 짐 싸고 풀 정도면…!
아무튼 최근엔 자의로 집을 떠나 살게 되었고,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집은 감사히도 여전합니다. 무시(무)와 고구매(고구마)는 여전히 겨울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주 약간의 변화들은 있었지만, 야밤에 오토바이 소리나 얼굴 모를 이웃의 코 고는 소리가 안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집에 왔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집은 여전히 춥지만, 다 큰 손녀 막뚱이라고 이불 단속을 하시는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편안하게 잠들고 있습니다. (역시 집이 최고!!)
할머니는 집에 오는 걸 내심 바라면서도 전혀 내색하사진 않습니다. 교통비가 아깝다며, 집에 올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으라고, 먹는 데에는 아끼지 말라고, 여전한 잔소리를 하십니다. 그래도 이번에 집에 올 거라는 전화드렸을 때, ‘집에 오고 싶더냐’,라는 담백한 말속엔 분명 반가움이 묻어났습니다. 마침 정해진 김장 일정은 집 내려올 좋은 명분이 되어주었어요.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하고, 방황하고, 잃게 되는 것들로 마음이 복잡하지만, 오랜만에 따뜻한 집밥을 먹으니 발끝까지 온전히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할머니는 늘 어떻게든 잘할 거라고 절 지지하십니다. 밥에도 그런 응원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때로는 그런 믿음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집에 지내는 동안 푹 쉬면서 에너지를 얻어가고 싶습니다.
ps. 할머니 요리의 재발견
할머니 요리가 맛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집밥을 계기로 요리 자체가 아닌 재료 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년 시절 떡국이 맛이 없어서 싫어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먹은 묵은 떡이 아닌, 갓 만든 가래떡으로 지은 떡국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삶은 오해의 연속이라고 했나 봅니다. 앞으로도 실컷 오해하겠지만, 오해를 바로 잡는 기회가 있을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