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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 Apr 23. 2019

코리빙이 한마디로 뭐냐면요.

여덟 번째 이야기 - 코리빙 서비스의 정의/범위/형태

앞선 글들에서 코리빙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만 독자분들의 머릿속에서 이해하는 코리빙은 개개인별로 매우 상이하리라 예상됩니다. 독일의 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이 “낱말의 의미란 언어 안에서의 그 사용이다.(주1)” 라고 말했듯이 모두가 범용 하게 사용하는 단어도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 아직 대중적으로 그 개념이 완벽히 자리 잡지 않은 단어는 더욱 그 혼돈의 크기가 클 것입니다. 그래서 코리빙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과연 코리빙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범위와 형태는 어떤 것인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후에 더 큰 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 또한 절대 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코리빙 1세대로서 다년간 영위했던 비즈니스를 토대로 말씀드리는 것인 만큼 이후 무르익어갈 업계에서 어느 정도 통용될 수 있을 정도로 개념을 정립하고자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깨알 같이 적어줘야 정의는 아닌 것이다.>

기존에 있었던 외국의 코리빙 서비스, 그리고 국내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코리빙 서비스들이 어떠한 정의를 내리고 서비스를 했는지 살펴보았으나 특별히 어떤 정의를 내리는 경우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 역시 아직은 초기 시장이라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임과 동시에 코리빙을 단순히 원룸, 오피스텔과 같이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형태의 변형 정도로만 치부하는 기존 언론인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자료는 “코리빙은 협동 주거형태인 코하우징과 흡사하며 셰어하우스를 기본으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제공한다(주2)”는 기본적인 정의를 기반으로 한 리포트가 그나마 정의를 내리고자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위키피디아 한글판에도 물론 없었고, 영문판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Coliving is a type of intentional community of housing where multiple people share a single home with shared areas such as bathrooms, kitchens, and living rooms as well as other amenities.”(주3) 역시 모호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집을 셰어 하는 거주 형태에 사는 커뮤니티의 한 형태라고 함으로써 커뮤니티와 하우징과 홈이라는 단어를 또 다시 집중적으로 정의해야만 할 것 같은 정의입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언급했다는 면에서 단순히 주거 형태의 한 형태라고만 하는 것 보다는 진일보한 정의입니다.

<국내에서 아직은 생소하기에 그나마 위키백과...>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보았습니다.

코리빙은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의 독립된 공간과 서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고 제3자가 관리하며 심미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특정한 공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서적 교감을 이루며 살아가는 주거 형태”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의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즉, 비즈니스로서의 코리빙은 이래야 한다라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첫째, 코리빙은 다수의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은 코리빙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다수에 속하는 구성원이 1인 가구 여야만 하느냐 혹은 다인가구도 포함되느냐의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거 복지의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다인가구의 코리빙도 광의의 의미에서 코리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을 다루고자 하므로 광의의 의미에서의 코리빙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둘째, 코리빙이지만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 독립된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또는 어떠한 조건인지는 코리빙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퀄리티를 구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다만 독립된 공간의 최소 단위로써 침대와 의류 수납공간, 그리고 책상이나 화장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구성은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벽으로 구분되어 있느냐의 여부 또한 코리빙의 구분은 아니고 1인 실과 다인실을 구분 짓는 서비스의 구분 기준이 되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1인실도 극단적으로 욕실이나 화장실, 소규모 주방이 있어 마치 오피스텔과 같이 거의 독립적인 수준의 생활이 가능한 코리빙 형태가 있을 수도 있고 침대만으로 구성된 독립 수준이 낮은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호텔형 병렬 침대, 2층 침대 혹은 게스트 하우스 형태의 다인실 또한 충분히 코리빙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코리빙은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형태에 따라 공유하는 공간이 많거나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공유하는 공간이 있어야만 시간을 공유할 수 있고 시간을 공유할 때 코리빙의 필수 조건인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독립성이 높은 룸 위주로 구성된 코리빙 형태의 경우 의도적으로 공용공간으로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공용공간으로 많이 구성하는 형태는 키친, 거실, 욕실, 화장실 등의 주거 필수적인 요소와 독서실, 운동시설, 영화관, 오락장, 루프탑 등 주거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편의를 위해 필요한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유 공간의 최소 단위는 욕실과 화장실처럼 필수적인 공간은 아직 코리빙에 관한 법이 없기 때문에 숙박 관련 또는 공동주택에 관련된 법에 지정된 개수 이상을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경험적으로 볼 때 전체 구성원의 1/3 이상이 쾌적하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코리빙은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은 적절한 비율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위에서 독립 공간과 공유 공간의 최소 단위를 설명했지만 법적인 또는 최소한의 구성만을 선택하는 열악한 형태의 공간 또한 문제가 됩니다. 주거 서비스의 퀄리티에 따라 그 비율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면적 기준으로 8:2 (개인 공간 80%, 공유 공간 20%)의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코리빙은 제3자가 관리해야 합니다. 거주자가 관리까지 하는 곳은 진정한 코리빙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특정한 거주자가 관리자의 역할까지 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관리는 제3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관리자의 역할과 관리범위 또한 서비스 레벨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공간은 물론 사람들의 관계까지 케어해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제3의 관리자는 코리빙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섯째, 코리빙은 공간의 구성이 밀레니얼 세대에 맞게 심미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존 주거는 공급자 입장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목만으로 구성되어 온 사항입니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맞지 않는 공간이 현재 1인 주거 대부분의 모습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급스럽고 비싼 인테리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 1인 가구의 원룸 DIY와 이케아의 소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주거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감성이 아니라 많이 고민한 전문가의 손길은 적은 비용으로도 그 심미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습니다.

일곱째, 코리빙은 그 규모가 크던 적던 공간의 경계가 있고 그 경계안에서 동일한 기준에 의한 퀄리티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만 그 규모와 형태에 따라 큰 다양성을 나타낼 수는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아파트 한 세대로 구성된 셰어하우스부터 500명이 넘게 살고 있는 영국의 올드 오크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200명 이상의 대규모 코리빙 유닛은 없는 상황 입니다만 계속 그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그 서비스는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그 퀄리티를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가 사업의 핵심 역량입니다. 국내, 국외의 사례에 대해서는 이후 챕터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여덟째, 코리빙은 정서적 교감이 필수입니다. 정서적 교감이 없는 하드웨어만으로 구성된 주거 형태는 코리빙이 아니라 공동주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정서적 교감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특정한 공간을 특정한 빈도로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게 할 수도 있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일으키는 법도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 또한 이후 챕터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렇게 제가 내린 정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하우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만 입주할 수 있는 하우스, 또는 유사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하우스는 코리빙 하우스의 하나의 형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코리빙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글들에서 코리빙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김양순 옮김. (동서문화사, 2008) 논리철학논고/철학탐구/반철학적 단장, 114.
주2) 공유경제 서비스 사례분석을 통한 협력적 라이프스타일 연구 -코워킹과 코리빙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안효진, 김승인,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2017 Oct
주3)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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