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 1인 가구 주거 형태의 미래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참 특이합니다. 신문기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대부분은 아파트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아파트가 즉 부동산인 나라입니다. 조금 더 확장해 보아도 단독주택, 원룸 등 주거와 관련된 부동산을 그냥 부동산이라 지칭합니다. 상가, 창고, 교육시설, 주차장, 공장 등의 건물과 토지라는 부동산은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부동산, 부동산 하지만 결국 아파트, 아파트라고 떠드는 웃픈 현실입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도 당연히 있습니다. 가구 자산 통계를 보았을 때 가구 당 자산액 4억 1천만원 중 74.7%가 부동산 자산 입니다.(주1) 이러한 편중 현상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60세 이상의 경우 81.4% 입니다. 30세 미만 가구도 42.7% 입니다. 이는 직업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상용근로자이든 자영업자이든 또는 무직이나 임시직 근로자이든 평균값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습니다.(주1) 게다가 전체 주택 수 중에서 아파트의 비중은 60.6% 입니다. 단독주택(23.1%)이나 연립/다세대(15%)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비중을 차지 합니다.(주2) 이러한 특성상 모두들 부동산은 아파트, 아파트 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더불어 부동산을 주거뿐 아니라 재테크의 일환으로 활용하다 보니 전 국민의 관심사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아파트 가격과 정권의 인기가 연동된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형 부동산 전망에 대한 기사가 시시때때로 나옵니다. 조그마한 부동산 정책이 변경될 때는 물론 연말연시, 이사철인 봄과 가을, 하다못해 비수기라고 하는 여름철에도 기사는 항상 많습니다. 기사의 형태는 대동소이 합니다. 특정 정책에 대해서는 ‘약일까, 독일까’라는 프레임으로 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을 동시에 싣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사례를 한 두 꼭지 넣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무도 그 결과는 모르니 각자 판단하라고 합니다. 또한 풍선효과를 언급하며 어느 경우엔 부동산 형태에 의한 구분으로 또 어떤 경우엔 지역적 구분으로 규제를 피해 비어 있는 곳으로 돈을 이동시키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어느덧 주거로서의 주택에 관한 관심은 거의 없고 자산 증식 수단으로의 주택만 남습니다. 물론 교통, 주변 환경, 학군, 지역적 특색 등 부동산의 많은 요소가 가격에 녹아져 있기는 하지만 하우스이던 홈이던 집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의 집들은 이미 그렇게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부동산, 그리고 미래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보고 여느 글처럼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을 기대한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른 이들의 자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그 가치를 논하는 일은 제 능력 밖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요자의 입장에서 다루는 글 또한 그 비중이 적습니다. 그래서 수요자 입장에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였으며 특히 코리빙과 관련하여 조금이나마 인사이트를 드리고자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1인 주거 형태에 대한 기사나 분석 자료는 아파트에 대한 것들과 비교하면 턱 없이 적습니다. 글의 수량 뿐 아니라 그 퀄리티도 평균적으로 깊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수요자에 대한 관점은 거의 전무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오피스텔의 전망과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적인 글들은 매우 많으며 특히 저는 부동산 114 등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를 해왔던 곳을 주로 참고합니다.(주3)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글은 매우 많고 그 견해도 다양하니 여기서 다루는 것은 글의 주제를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원룸이나 고시원에 대한 글은 사회문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열악한 주거환경, 법을 벗어난 현황, 복지 차원에서의 걱정,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정책자료 등이 대부분 입니다. 이 영역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찰 이외에는 공급자 입장에서 조차 정보가 없으며 현장의 정보들이 온라인상으로 넘어오지 않은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따라서 현장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기존의 챕터에서 살표본 바와 같이 밀레니얼 세대를 위주로 한 1인 가구 구성원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아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높아진 눈높이는 ‘집 밖’에서만 충족하는데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 과거 세대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거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좁은 면적, 인테리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하는 실내 공간, 핸드폰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성능 좋은 가전제품, 채광, 환기, 보안, 쾌적성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만족하기 힘든 주거 공간을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반면 공급자는 면적을 더욱 잘게 쪼개어 수익률을 높이는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급자는 이렇게 거의 동일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는 힘의 균형이 공급자 편으로 몰리는 현재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물론 만약 공급자가 연대하고 담합하게 되면 지속 가능하지만 쉽게 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공급자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현실은 양 당사자가 극단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그 타협점은 보이질 않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격으로 그들이 원하는 주거 조건을 만족할 만한 형태는 현재로서는 코리빙을 극복할 만한 대안은 없습니다. 하드웨어적인 만족감뿐만 아니라 정서적 관리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만족감까지 고려하는 형태 또한 코리빙이 유일합니다.
결국 1인 가구는 모든 것에 있어 완전한 독립공간만으로 구성된 주거 형태와 일부의 독립 공간과 공유 공간이 적절히 구성된 주거 형태로 나뉠 것입니다. 물론 두 가지 형태 모두 그 안에서 여러 레벨로 구분될 것입니다. 결국 조만간 1인 가구는 주거를 결정할 때, 이 두 가지 타입을 먼저 정하고 그 타입 안에서 세부적인 조건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따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혹은 공급자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타입의 상이한 레벨 형태를 단순 비교하면 안 됩니다. 즉, 럭셔리 코리빙 룸과 노후된 고시원을 단순 비교해도 안되고 브랜드 오피스텔과 대학가의 합리적 가격의 셰어하우스를 단순 비교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비교는 극단적으로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사는 것과 다세대 원룸에 세명이 사는 것을 비교한 후 거봐 혼자 사는 게 좋쟎아. 혹은 거봐 세명이 살면 힘들다니까 라는 결론을 내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1인 주거의 선택 프로세스. 수요자 입장에서도 공급자 상황에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1) 2018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 2018. 12.20. 통계청
주2) 2017 인구주태총조사, 2018. 8. 27, 통계청
주3) 부동산114